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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 Mar 24. 2024

[의료정책] 밥그릇 지키기

그 의미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

대체되기 힘든 세력


현재 상황은 '정부와 검찰' 그리고 '의사협회와 전공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줄다리기 양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그 산업에 있어서 '대체되기 힘든 핵심 세력'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소셜 미디어를 보면 '의사들의 밥그릇 문제'라는 여론이 다. 직업을 밥그릇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일부 있기는 할 거다. 나도 그런 일부 의사들이 있을 거라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그런데 '밥그릇'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직업이 또 있지 않은가? 치인들에게 '밥그릇 지키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닐 거다.


'밥그릇 지키기'란, '대체되기 어려운 세력'이 직업과 연결되어서 "직업으로서 대체되기 힘든, 그 자리를 지킨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다. 이 단어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역할 그리고 직업의식


그렇다면 공무원과 의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무원은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사람들,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경력직'과 '특수 경력직'으로 나뉠 텐데: 후자(특수 경력직)는 '선거와 국회의 동의로 임용되는 공무원(일반적으로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그들을 보좌하는 공무원', 전자(경력직)는 그 외의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의사는 "인체의 이상 상태를 진단, 치료, 연구하는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고 보통 말을 하던데, 그건 필수의료 과에 가까운 이야기이지 모든 의료 서비스를 아우르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령,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진행하는 진료는 보통 '외모 관리, 뷰티'와 관련이 크지 "생명 유지"와는 거리가 멀다.


공무원과 의사 그들이 갖춰야 할 직업의식은 다를까?


1. 공익을 위한 헌신과 환자 복지: 두 직업 모두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강한 헌신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며, 의사는 환자의 건강과 복지가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

2. 진실성과 정직: 두 분야 모두 높은 수준의 정직성이 요구된다. 공무원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거버넌스를 보장해야 하며, 의사는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정직해야 한다.

3. 역량과 지속적 학습: 두 직업은 높은 수준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는 초기 교육뿐만 아니라 최신 실무 및 규정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4. 책임감과 책임 의식: 공공에 대한 책임감과 전문적 기준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5. 공정성과 평등성: 공무원은 임무 수행 시 공정해야 하며, 개인적 편견이 아닌 공정성과 평등에 기반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사도 마찬가지로 모든 환자에게 동등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6. 기밀 유지: 환자 정보에 대한 의사의 경우와 정부 데이터에 대한 공무원의 경우 모두 기밀을 존중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윤리는 공무원과 의사 모두에게 전문적 행동의 기반이 되며, 공공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소셜 미디어를 보면 당장 앞에 보이는 '현재 모습'에만 눈이 쏠려있다. 그것도 '중증 질환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에 종사하는 전공의들에 한정해서 말이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은 '저임금-고노동'으로 착취당하는 존재에 해당한다.




위기의 순간 그들은 어땠는가


위기는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거울과 같다.

자, 그럼 떠올려보자. 위기의 순간 그들은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 말이다.


전공의들의 어땠는지 한번 떠올려보라.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그때 그들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했는가.


전공의들이 지금 상급종합병원의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것은 "결코,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들의 직업의식에 반하는 행동이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 때 "그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고, 투철한 직업의식을 보였으며 칭찬받아야 마땅했다."



정치인의 위기의 순간을 떠올려보라. '여성가족부 폐지'부터 시작해서 "여성가족부 장관 사표 수리"까지 무슨 위기가 있었고 그들은 그 일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말이다.


대표적인 사건이라면, "미국 순방 중 욕설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2024년 3.1절 행사",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졸업생 강제 퇴장 사건" 그 외에도 찾아보면 많다.


국민을 대표해서 간 자리를 그들은 어떻게 생각했고 그 일에 대해 국민들 앞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어떻게 안심시키려고 했는지, 우리나라의 역사관을 대표하는 행사를 그들은 어떻게 준비했는지, R&D 예산 삭감에 대해서 울부짖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은 누구인가


'Big5 병원'의 의료 공백 속에서 중증 환자들은 하루를 힘들게 버티면서 고생을 하고 있다. 그들이 위기의 상황에 있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의료 공백을 '대체되기 힘든 세력 간 다툼'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특수 경력직 공무원)와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 또한 위기 처해있다.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국민에게서 신뢰를 얻어야" 정책을 통과시킬 수 있으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 또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그나마 남아있던 전공의들도 서서히 떠나는 이유에는 그들마저 싸잡아서 욕하는 여론이 작용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Big5 의료진은 모두 "국민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제 여러분께 물어보고 싶다.

그들은 어떤 모습을 통해 평가받는 것이 적합한가.

그들의 '현재 모습'인가 아니면 '위기의 상황에서 그들이 보인 모습'인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세력


현재 의료공백 문제는 "양쪽의 '대체되기 힘든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그 외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보인다. '대체되기 힘든 세력'이 인식하는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그 외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의 발단은 '대체되기 힘든 세력'중에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대체되기 힘든 세력'을 사회에서 그들이 지닌 역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의료진'과 '정치인'이 의료정책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인은 '정책을 내고 도입하는 것' 그 자체가 그들이 늘 하던 일이자 정치인의 역할과 매우 가깝다. 반면, 의료진에게 있어서 '정책에 대한 찬성&거부' 행위는 직업상 그들이 접하기 힘든 일이며, "신체의 이상 여부에 대한 진단"이라는 의사의 역할과는 다.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 '포기해서 잃을 것이 적은 쪽'은 직업상 이 상황을 접하기 쉬운 쪽일까?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쪽일까?


이 상황이 길어짐에 따라 피해를 보는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생긴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 직업상 접하기 쉬운 쪽이 '조금이라도' 포기를 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가?


최소한 국민에게 오는 피해가 줄를 바라는 정부라면 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중증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에 의사들의 Needs를 조금이라도 반영하려는 모습은커녕, 오히려 협상에 준비되지 않은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그 자체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현재의 모습만을 보느라 우리가 놓쳐왔던 것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지금의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종종 접하게 되고 그 상황에 집착을 하느라 과거의 실패를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 외에는 다른 상황들을 신경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참 많은 듯합니다.


저도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때로는 상대방의 어려움에 눈을 돌리려고 들기도 하고, 미루면 해결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던 듯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하면서 인생을 살아온 저에게 '위기의 순간'일 때마다 감싸주었던 이들 그리고 격려해 줬던 이들이 있었죠. 당시 저는 그들을 당연히 여기며 모른 체 지나갔지만 그들을 보게 되지 못한 지금, 참 많은 것을 놓쳐왔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느라 우리가 놓쳐왔고, 피해왔고, 그렇게 잊혔던 '위기의 순간'에 입각해서 그들의 지금을 평가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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