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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 Apr 20. 2024

약국에서 일하며 느낀 점 2탄

어르신들도 다른 연령층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어르신이라고 다 같은 어르신인 것은 아니다. '천차만별'이다.

그간 나는 어르신들 하면 '감정적, 언성을 높이는, 깐깐함'을 키워드로 떠올렸다.


하지만 약국에서 처방전 입력의 전산을 담당하는 일을 해보면서 느낀 것은: 청년들이 제 각각의 성격을 지니듯이, 고령층의 어르신들도 그와 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어르신은 암에 걸렸음에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인사하고 밝은 모습 속에서 살아간다. 다른 어떤 이는 인색을 내며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도 그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수긍을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자기중심적인지 여부까지도 다 제각각이다.


서비스업이 힘든 이유는 이러한 다양한 고객들을 접하면서 그들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손님들의 얼굴에 익숙해져야 하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메모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어야 한다.



다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이 있긴 하다. 나이가 들면서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이다.


1. 먼 거리를 걷거나 계단을 오가는데 부담이 굉장히 크다.

2. 금액의 차이를 의식하며, 다른 세대보다 많이 예민해한다.

3. 사람에 대한 정이 깊고, 타인을 의식한다.



1.  먼 거리를 걷거나 계단을 오가는데 부담이 굉장히 크다.


무릎 관절에 있어서 연골은 한번 손상이 되면 재생이 불가능한 부위이다. 그만큼 관리를 잘해야 한다. 격렬한 운동이나 외상으로 "연골이 손상을 입으면 나중에 많이 고생한다"라는 말을 나는 많이 듣고 자랐다.


약국에서 일하면서 어르신들을 주로 뵙는데,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어려워하시고 자칫 잘못 계산을 해서 약국에 찾아오는 것에도 굉장한 부담을 갖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그만큼 무릎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크게 와닿는다는 것이다.



2. 금액의 차이를 의식하며, 다른 세대보다 많이 예민해한다.


"금액이 왜 이렇게 비싸냐?" 종종 듣는 말이다.


TV에서 홍보를 엄청하는 일반의약품은 그만큼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항의하며 깎아달라는 말씀을 하는 어르신들을 적잖게 접한다. 약사님들에게 이러한 말들이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원가가 올라서 어쩔 수 없이 조정을 한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 깎아달라고 하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양쪽의 입장이 이해가 가면서도 복잡한 문제라고 느낀다.


조제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약 성분이어도 제약회사가 달라지면 그 조제약의 가격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이전 처방전에 비교했을 때, 약 목록과 복용 횟수가 같은데 왜 이러한 가격 차이가 있냐?"라고 따지는 경우도 적잖게 보곤 한다. 그만큼 약 목록을 인지하고 있고 가격까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어르신들만의 특징이다.



3. 사람에 대한 정이 깊고,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다.


가끔 사정이 생겨서 못 나오는 약사님이나 휴가라서 쉬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 손님들이 "여기 계셨던 약사님 어디 안 좋으시냐?"라고 종종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질문들은 모두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다. 청년들은 여기에 대해서 일제 물어보거나 의문을 갖지 않는다. 청년인 나로서는 그러한 어르신들이 갖는 관심에 의아함을 가지면서도 조금은 본받을 필요를 느낀다.



약국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노인들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어르신들을 접하고 느낀 것은: 그간 내가 생각해 온 것들은 '형성된 프레임과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경험들 속에서 나는 '어르신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보려고 노력 중에 있다.


나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고 어르신들의 입장이 된다.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청년인 내가 이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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