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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영잉 Oct 16. 2024

러시아, 8인 혼숙 마린 호스텔

블라디보스톡 여섯째 날, 온통 붉었던 레닌 박물관과 퍼스트 에끌레어

드디어 폭신한 베개에서 머리를 떼고 창밖 너머 멀리 떠가는 구름을 바라봤다. 어제 마약 등대에서 쌀쌀한 바람을 한껏 맞고 늦게 귀가한 탓에 거실 한가운데 소파를 차지하고서는 늦게도 일어났다.


빠르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배낭을 챙겼다.

아침인사를 하러 중문을 열고 부엌으로 나가니 루슬란이 식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리자는 잠깐 일하러 나갔어!"


아침을 차리며 루슬란 앞에 앉아 한동안 대화를 했다.

"나 서울 가봤어! 어떤 대학교도 구경하고 그 앞에서 술도 마시고 재밌게 놀았어."


알고 보니 리자와 루슬란이 놀러 갔다던 그곳은 신촌이었고 그들이 걸었던 교정은 바로 나의 모교였다.


"너희가 갔던 그 유명한 펍의 건물 4층이 내 자취방이야!!!! 이럴 수가."

(나의 서울 자취방 건물의 지하에는 외국인 학생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MIKE's CABIN이라는 펍이 있다. 시험기간에 밤늦게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늘 소주병을 손에 든 외국인 친구들과 마주치곤 했다.)


루슬란은 조만간 다시 서울에 놀러 갈 것이라 했다.

그때 우리는 다시 만나, 신촌 영화관도 같이 가고 자취방 아래 있는 그 유명한 펍에도 다시 가기로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친절한 리자, 루슬란 커플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첫 카우치 서핑의 추억이 생겼다. 이 따뜻한 러시아 친구들 덕에 다음 행선지에서도 재미 넘치는 여행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루슬란과 수다 떨며 먹었던 아침식사



8인 혼숙 마린 호스텔,

집 앞 간이매점에서 납작 복숭아와 플럼을 한 봉지 사서 다음 숙소인 마린 호스텔로 향했다.

내가 묵을 방은 이층침대가 4개 있는 8인 혼숙룸이었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배정받은 침대 자리는 2층이었고 그 아래 외국인 청년이 늦잠을 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짐을 내리는데 자고 있던 친구가 잠에서 깨, 수줍게 이불을 올려 상체를 가렸다.


"미안, 깼니?... 그렇게 수줍어하지 않아도 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간이매점에서 파는 스낵
블라디보스톡 마지막 숙소, 마린호스텔 앞 고양이
일정을 시작하기 전 과일 타임



연우와 연서가 추천한 레닌 특별전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왔다.

600 루블을 내고 티켓을 산 후, 혹시 몰라 학생증 할인이 가능한 지 물었더니 300 루블을 다시 돌려받았다.

국제학생증을 보여주면 반값 할인이다!




레닌 특별전,

소련은 붕괴 됐지만 레닌은 이들 마음속에 살아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빨간색 전시였다.

나의 정지적 색깔은 투명색(무지하다는 뜻)한 관계로, 관람 전 공산주의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잠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역시나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였다. 역시 어떤 이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저는 깊고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같은 건물 일층에 있는 향토 박물관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는데, 책자에 한글 설명이 잘 되어있었다.

건국, 이주, 세계대전 이후까지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조형물, 그림, 사진 등으로 흥미롭게 서사해 놓은 곳이었다.

향토 박물관



퍼스트시티 에끌레어,

친한 동생인 지원이가 나보다 몇 달 앞서 러시아 여행을 하고 와서 추천해 준 에끌레어 맛집을 찾아 나섰다.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했다. 다만, 지원이가 그려준 간략한 지도와 사진에 의존해서 걸음을 옮기다 돌아서기를 반복하며 시내를 누빌 뿐이었다.


쇼케이스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리지널 에끌레어와 라즈베리 에끌레어, 그리고 홍차를 주문했다.

매장 안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한 상 에끌레어 사진을 찍었다. 눈으로 먹는 디저트 에끌레어답게 예쁜 사진이 찍혔다.


라즈베리 에끌레어는 내게 너무 달고 새콤한 맛이 강했지만 오리지널 에끌레어는 맛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크림이 많은 디저트는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지원이와 연우연서 남매에게 예쁜 에끌레어 사진을 보내며 안부를 물었다.

연우에게 답장이 왔다.


"여기가 우리가 맥주 마시며 말했던 그 유명한 에끌레어 맛집이야!!, 심지어 우리가 먹은 거라 같은 걸 시켰네!!"


아무래도 또 통한 건가?



https://maps.app.goo.gl/VjgVhKEiHeqknPBC7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쓰다가 해가 저물기 전에 일어났다.

천천히 그 주위를 구경하다가 해가 들어가는 속도에 맞춰 나도 숙소로 뉘엿뉘엿 들어갔다.

가는 길 납작 복숭아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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