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 홀린 것처럼 시골집을 샀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사람처럼

by 산다

그때 우리는

시골로 가야겠다고

진지하게 계획한 적은 없었다.


다만

그쪽으로 마음이 조금 기울어 있었고,

그 기울어짐이

어느 날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주말에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구경이었다.

이런 집도 있구나,

저런 동네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진 몇 장과 짧은 설명.

이상하게도 그 집은

다른 집들보다 오래 눈에 남았다.


우리는 그 길로 그 집을 보러 갔다.


집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된 집이었다.

무려 100년이 넘은 집이라고 했다.

집은 시골 마을의 한 가운데 있었고

앞, 뒤, 옆 다른 집들로 둘러쌓인 집이었다.


커다란 텃밭이 있었고,

서까래가 살아있는 오래된 집이었고,

삐걱거리는 마루가 있었다.


마음이 반응했다.

우리가 살게 될 집이 바로 여기일까?


이미 한 차례 리모델링이 진행된 집이라

마당에 울타리가 이미 세워져있었고

지붕도 깔끔하게 싹 고쳐져 있었다.


시골집 치고는 꽤 비쌌지만

"좀 더 알아보고 연락드릴께요"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는 생각,

혹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지도 몰라'하는 두려움이

이미 앞서가고 있었다.


부동산 아주머니는

인터넷에 이 집을 올린 후 문의연락이

정말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집을 본 그 날

우리는 곧바로 계약금을 걸었다.


서울집은 아직 내놓지도 않았는데

시골집은 대출이 어떻게 되는건지

그런 계산들은

이상할 정도로 뒤로 밀려났다.


집을 나와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말이 없었다.


불안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이미 결정이 끝났다는 느낌이었다.


시골에 집을 샀다는 소식을

전화로 전하던 순간,

황당해하시며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시던 양가 부모님의 목소리가

문득 떠오른다.


그 이후의 일들은

마치 미리 정해진 순서처럼 흘러갔다.


서울 집은

생각보다 빨리 팔리지 않았고,

시골집은 공시지가가 너무 낮아

대출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잔금 날짜는 다가오는데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가족과 친구들에게 손을 벌렸다.

각자 가능한 만큼

돈을 빌려

겨우 잔금을 맞췄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들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다.


그건 용감해서도,

계획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나는 아직

왜 그렇게까지 빨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이미 방향이 정해진 사람처럼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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