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왜 숨고 싶어 졌을까

돈을 버는 나를 설명하지 못했다

by 산다

장난감 매장에서 일하던 어느 날이었다.


휴게시간이라

휴게실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고

입가를 닦으며 매장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유니폼을 고쳐 입고

다시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정면에서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대학교 동창이었다.


대학 시절 꽤 가까웠지만

졸업 후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이.


졸업하고는

유명한 은행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이 시골 쇼핑몰에

남편과 함께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밀며 서 있었다.


나는 잠깐동안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반가움보다

부끄러움이 먼저 올라왔다.


주말에 쇼핑을 나온

가족의 모습.


나는

장난감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그 친구가 나를 먼저 알아봤다.


나는 순간적으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그 친구는 아무 잘못이 없었는데,

나는 혼자서 상황을 비교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돈을 쓰러 온 사람이었다.


그 차이가

그날은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기자전거의 페달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장난감 매장에서도

오래 일을 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쇼핑몰의

빵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카운터 옆에서

쇼핑을 하러 온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향기로운 버터와 마늘 냄새가 가득한

빵을 계속 구웠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

빗자루로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먼지를 쓸어 담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또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또다시

몸이 굳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었는데.


잠깐 아는 척을 한 뒤

청소에 더 집중하는 척을 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장 안을 한 번 더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까 봐.


텃밭은 잘 자라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고,

나름대로 방향을 만들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쇼핑몰에서

유니폼을 입고 서 있는 나를

누군게에게 보여주는 일은

이상하게도 쉽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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