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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은 Apr 07. 2016

멋진 어린아이길 포기했다.

흔한 감성


멋진 어린아이길 포기했다.



우리는 한번 깨진 믿음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사랑은 유리잔 같아 한 번 깨지면 다시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철없던 20살 초반. 사랑을 모르던 시절 백지 같던 시절 우리는 이미 깨진 유리잔 같은 사랑이 다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믿었다. 깨져버린 우리에 사랑 앞에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던 우리는 힘을 합쳐 정성스럽게 우리에 사랑 그리고 믿음을 서로의 눈물로 이어 붙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모든 정성을 다해 다시 붙인 유리잔은 우리의 사랑을 채우지 못했다. 갈라진 틈 사이로 담아 놓은 것들이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비참하게 부스러진 유리 조각들을 붙이고 또 실망하고 또 이어 붙이기를 반복한다. 그 속에서 지속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조심스럽게 얻는다. 이후 나를 묶어 너에게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계속 같이 있을 수가 없다는 말. 이해하지 못했던 말.

‘좋아하는데 사랑하는데 왜 같이 있으면 안 돼?’

마냥 어린아이 같던, 어린아이 같지만 어른스러운 것보다 훨씬 멋있는 생각은 나를 떠나고 조금은 어른스럽지만 받아들이기엔 너무 아픈 현실들이 나를 묶고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을 추억하게 한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거야. 곁에 두면 너무 아프니까 병원에 보내는 거야. 가끔씩 찾아가서 좋았던 기억들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게. 아프지 않게.




아프더라도 옆에 있었으면 조금씩 괜찮아졌을까.

뜨거워진 감정 위에

조금씩 피어오르는 후회를

힘들게 눌러본다.                                                            





흔한 감성.



비 오는 날엔 밖에 나가지 않는다.

비가 올 것 같다는 어여쁜 여자 아나운서의

말에 나는 집에 발을 묶는다.     


애써 단단하게 만든 마음을

흩어지게 하고 싶지 않다.


그대를 만나는 일은

폭우 속을 걷는 일.     


내 마음 흩어져

폭우 속에 녹아내릴까

그대 마음 내려

폭우 속에 나와 섞일까

무섭다

다시 하나가 되어

내린 비가 마르길 기다리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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