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녹.

스물네 번째 별.

by 김영은




잔잔한 호숫가 앞에 앉아

아름답다는 생각

이 공간이 아름다운 것이라면

잔잔한 것 앞에

분명 행복해야 할 터인데

아무 소리 없는 호숫가 앞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눈앞에 아른거려

천천히 물드는 푸른 물결

아름다운 것을 담아

행복을 노래하러 온 곳 앞에서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던

아름다움과 행복의

공식이 깨진다.




아름다운 것을 담아

슬픔을 노래한다.



매끈한 피부의 호수를 앞에 두고도

비바람을 본다.



아름다운 것들은 나에게 닿아

각도를 달리한다.



붉은 녹 가득한 양동이에

맑은 물은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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