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별.
우리가 큰 홍수에 쓸려가던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내가 쓸려가던
네가 쓸려가던
둘 다 쓸려가던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매정한 태풍은
큰 홍수를 일으켜
우리를 약하게 하고
온 세상 물로 가득 차
모든 것이 떠오를 때
그때 서로를 떠올렸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우리가 큰 홍수에 쓸려가던 것은
우리가 잡던 것은
살아보겠다고 당장 눈앞에 떠오른 것이었다.
살아보겠다는 핑계로
한 번 잡아보려 그렇게 떠오른 것이었다.
사실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도
말하고 있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네가 가볍지는 않다고
찾아오는 홍수는
다 네 덕분이라고
항상 앞에 떠오르는 너에게
말로는 할 수 없어서
‘보고 싶다’라는 말
절박한 손길에 담아
너를 잡는 거라고.
지난밤 견디기 힘든 홍수가 들이닥쳤다. 잠결에 받아버린 전화 한 통. 그 시작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바쁜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찾아온 시간. 어제의 기억은 자국을 남겨 오늘을 뒤흔든다.
행복할 수 없는, 행복하기 힘든 이유가 눈에 보인 순간
다가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버린 순간
볼일 없는 밖에 나와 괜스레 혼잣말을 한다.
"놓아야 살 수 있다. 나를 버려야 살 수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속여야 살 수 있다. 어떤 것으로 덮던 하루빨리 덮어버려야 살 수 있다."
후덥지근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만 시원하다면
조금은 식혀질까.
'나에게서 너는 서둘러 달아났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너도 내가 서둘러 도망갔다고 생각하며 살았다는데
너는 서두르지 않았더라고
사실 나도 서두르지 않았더라고
그런데 이미 너무 많이 지나버린 시간에 우리는 충분히 멀어져 있더라고'
말은 날카롭게 서로의 마음을 더욱 찢어놓았다.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제 잔인하게 아픔이다.
사랑함에 따라오는 일들에 대한 아픔이 아닌
사랑 그 자체가 아픔이다.
너는 닦아버려 번져 금방 날아가버릴 눈물이 아닌
쌓이고 쌓여 점점 더 커지다 천천히 사라질
주워 담을 수 없는 눈물이다.
움직일 수도 없어
이렇게 멍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