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자가 20대 남자에게 말 거는 법 2

자유롭게 만끽할 것인가, 자유롭게 망할 것인가

by 리영

문제는 고심이인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고심이의 건강 상태 말이다. 이런저런 장기들을 고장 낸(?) 전력이 있고, 세월도 세월인지라 텔레그램인지 텔로미어인지도 짧아졌을 텐데, 몸이 어느 정도 견뎌 줄지 감이 안 왔다. 10년 동안 긴 여행은커녕 집콕하며 있어서 햇빛 보는 것도 낯설고 불면증도 있었다. 10시간 이상의 비행이 가능할지 열흘 이상 빡세게 구르는 게 가능할지, 결국 통수들에게 짐이 되고 마는 건 아닐지. 얼마 전 시작한 근력 운동으로 하루 벌어 하루 쓰는 근육 일용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여행하면서도 매일 운동하는 수밖에 없지 뭐. 비행기의 어느 자리가 민폐 없이 운동할 수 있을까 떠올려 봤지만 비행기를 탄 지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났다. 닥쳐서 해결하자.(닥치고 해결하자)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하자. 그 모든 게 포기보다는 낫다.


나는 중간에 돌아올 수도 있어, 힘들면.

고심이의 말에 통수들은 그래서 어쩔? 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다 ‘나는’이 ‘나만’으로 읽히면서 순간 앗싸 하는 표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우리가 돈이 없어 엄마와 가지만, 돈과 엄마 중 하나를 돌려보내야 한다면... 그 쾌재를 고심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여행을 가 ‘주는’ 시대라니, 효도는 됐고 실리라도 챙길 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욱여넣었다.

다음의 문제는, 이 여행을 누구 하나 패키지여행 쪽으로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는 거였다. 자유여행.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자유롭게 만끽하는 여행이 될 수도 있고, 자유롭게 망하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6월에 출발하자던 여행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7월 둘째 주까지 미뤄지고 말았다. 7,8월은 여행의 성수기가 아닌가, 저가 항공권 요금조차 하이엔드 급으로 치솟는. 가뜩이나 물가가 비싼 나라들로 엄선(?)했는데.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처음엔 세 나라였다. 체력에 자신이 없어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운동이 잘 돼 고심이의 근육이 탄탄하게 느껴지는 날은 덴마크를 슬쩍 끼워 넣었다. 그래봤자 네 나라였는데, 항공권을 알아보다가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경유를 선택했는데도 너무 비쌌다. 늦게 예매한 탓도 있었지만 이 정도 비용이라면... 한 번 가는 김에 싹 다 돌자.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여섯 나라가 돼버렸고 길어야 열흘 정도 생각했는데 보름이 넘게 되었다. 16박 17일. 우아한 명분보다는 돈의 향기가 짙게 나는 결정이었다. 7월 9일 벨기에 브뤼셀 인in, 24일 핀란드 헬싱키 아웃out. 항공권을 예약하고 나니 이제 꼼짝없이 두 장의 항공권 사이의 날들을 채워 넣어야 했다.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게.


여행의 자유는 편안한 숙소와 교통에서 비롯된다. 성수기의 자유는 확실한 예약에서 비롯된다. 한두 나라라면 숙소를 먼저 정하겠지만 여섯 나라다 보니 불안했다. 숙소는 정해졌는데 그날 거기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나라 간 이동 편을 먼저 정하는 게 맞겠고 그러려면 어느 나라를 며칠간 여행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아는 게 별로 없는 나라들이라 선호도로 정할 수도 없고. 그러면... 오고 가는 데 쓰는 날들을 빼고 대략 12일, 여섯 나라로 나누면... 한 나라 당 2일. 간단하지만 어쩐지 미안한 방법으로 결정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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