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자가 20대 남자에게 말 거는 법 11

퍼그, 안녕?

by 리영

상하이 푸동 공항과는 달리 브뤼셀 자벤템 공항은 활기찼다. 밤 시간과 아침 시간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입국 수속에 시간이 걸렸다. 여러 곳에서 비행기가 도착한 듯 중국 공항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국적과 나이의 사람들이 섞여 들었다.


고심이 앞쪽에 여러 나라에서 온 듯한 틴에이저들이 있었다. 같은 캠프 참가자들인지, 작은 깃발을 따라 옹기종기 움직였다. 피부색도 다르고 머리색도 다르고 얼굴 생김도 달랐다. 다만 수다로 대동단결한 듯 말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또 그들이 메고 있는 백팩에는 키링이 최소 다섯 개, 심지어는 열 개까지 매달려 있었다. 주먹만한 과일 모양부터 요란한 금속 알파벳, 강아지 고양이 너구리 올빼미 나무늘보,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까지... 백팩이 움직일 때마다 잘그랑 잘그랑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보기만 해도 무거운 백팩을 그들은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안 내려놓은 채 꼿꼿이 수다 삼매경이었다.


키링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고심이는, 어디 우주여행이라도 가듯 초경량으로 담은 자신의 캐리어를 떠올렸다. 세면용품과 화장품은 작은 용기에 덜었고 양말과 속옷은 세탁할 요량으로 최소한으로 쌌다. 날씨가 변덕스럽다 하여 싼 보온 옷은 전부 경량 패딩으로 넣었다. 심지어 메모용 노트 하나 못 넣고 낱장의 종이로 가져왔다. 수화물로 부치면서 보니 무료 기준에 한참 못 미쳤다. 평소에도 무거운 가방은 들지 않으며 어떤 날은 핸드폰도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구체적 실체다. 근력의 실체고 생동감의 실체다. 때론 용기와 도전의 실체고 새로운 발상과 몰입의 든든한 뒷배다..., 고심이는 비장하게 중얼거리며, 그리고 몹시 위화감을 느끼며 눈앞의 젊음을 따라 천천히 나아갔다.


그때 앞쪽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푸동 공항에서 본 퍼그 강아지였다. 키 큰 주인이 성큼성큼 걷는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던 게 기특하고 귀여워서 기억에 남았는데 여기서 또 만났다. 오랜 시간 케이지에서 고생했을 텐데도 표정이 밝아 보였다. 사실 퍼그의 표정이 밝아(?) 보일 리는 없지만 주인과 잘 교감하는 걸 보고 짐작할 뿐이다. 이제 공기 맑고 넓은 곳에서 맘껏 즐기렴.


짐을 찾아 나왔을 때에야 비로소 낯선 것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제 몸도 마음도 다 건너온,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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