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비라는 이름 뒤에 숨은 욕망
제레미는 차를 몰고 '생 마르시알'(프랑스 남부 가상의 지명) 고향으로 돌아온다. 과거 자신이 일했던 빵집 사장(동성 연인이었던) 친구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장피에르 리갈'의 장례식을 찾아온 제레미. 장례식이 끝나고 고인의 부인이자 친구(뱅상)의 어머니인 마르틴(리갈 부인)은 먼 길을 온 제레미에게 자고 가길 청한다. 돌아가려고 했던 제레미는 마르틴의 간곡한 청을 저버리지 못해 마르틴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뱅상은 제레미가 어머니의 집에서 묵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제레미. 마치 마을에 눌러앉을 생각을 하는 듯 보인다. 뱅상과 제레미의 갈등은 심해지고, 화가 난 뱅상은 제레미를 차에 태워 숲으로 끌고 간다. 제레미는 뱅상과 격투를 벌이고, 충동적으로 뱅상을 살해하게 된다. 시신을 숲 속에 묻고 뱅상의 차를 시내 기차역 근처에 세운 후 밤새 걸어서 마을로 돌아오는 제레미.
뱅상의 행방이 묘연하자 리갈 부인의 집에 모인 사람들.(뱅상의 아내, 필립 신부, 친구 왈테르) 제레미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으로 알리바이를 댄다. 신부 필립의 고해성사를 받게 되는 제레미. 필립은 제레미가 뱅상을 죽이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신부는 우발적인 범행으로 인한 살인으로 굳이 사회제도에 따른 죗값을 치르지 않더라도 자신이 신의 대리인으로서 죄를 사해주겠다고 한다. 제레미는 신부 필립의 이해할 수 없는 자비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제레미를 옥죄여 오고 제레미는 의심과 추궁에 압박감을 느낀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제레미는 자살을 하려 하지만, 다시 신부의 설득으로 산에서 내려온다. 신부는 경찰에게 자신과 제레미에게 유리한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제레미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같이 나누며 살길 원한다.
‘미세리 코르디아’는 라틴어 miser(불쌍한, 고통받는) + cordia(마음, 연민을 가진 마음)으로 '자비(慈悲)'로 해석된다. 신부의 알 수 없는 '자비'는 과연 신의 이름으로 범죄를 구원받을 수 있는가? 란 질문을 하게된다. 『죄와 벌』'라스콜리니코프'가 '소냐'로부터 구원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지만, 사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그 '자비' 의 실체를 유추하게 된다. 신부 필립은 동성애자이면서 제레미를 욕망한다. 경찰의 의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연출(둘이 연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제레미와 신부는 같은 침대에 알몸으로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장면을 경찰에게 일부로 노출한다. 그 장면에서 신부의 발기된 성기는 상징적으로 신부의 감춰진 욕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르틴의 욕망 또한 매일 같이 제레미를 찾으며 감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아들을 죽인 피의자로 대하는 태도가 아닌 애욕의 대상으로 대하는 장면으로 마르틴의 욕망의 실체가 드러난다.
결국, 자비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과연 '자비'라는 것은 그러한가? 자비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 뒤에 어떤 욕망이 있는 것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모든 시도들과 그 시도로 인한 변화의 증거는 분명 존재한다.
영화를 보고 홍상수의 영화들이 생각났다. 인간의 밑바닥 욕망이 드러나는, 부조리한 순간들을 담아내는 그의 영화를 프랑스 영화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뱅상을 매장한 위치에 자라나는 버섯. 위치가 탄로 날까 두려워 버섯을 채취하는 제레미. 그리고 그 버섯을 맛있게 요리해 먹는 필립신부와 마르틴의 모습에서 이미 그 둘의 욕망은 죽은 뱅상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버섯을 씹어 삼키는 제레미의 모습은 웃을 수 없으나, 웃기고 괴상하기 짝이 없다.
아.. 그리고 이 영화에는 OST가 없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숲 속을 헤매는 번뇌 가득한 발자욱 소리와 가을 숲 풍경이 음악을 대신 하기에 충분하다는..
Miséricorde (2024)
개봉 : 2025-07-16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시간 : 103분
관객 : 5,216명
장르 : 드라마
국가 : 프랑스
개봉 : 2025-07-16
감독 : 알랭 기로디
출연 : 펠릭스 키실 (제레미) 카트린 프로 (마르틴) 자크 드블레 (필립)
202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