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한 아이가 연신 울먹이면서 급식을 받는다.
"누가 그랬어? 기분 풀고 밥 먹어 ~"
급식을 받아가는 찰나에 토닥여 보지만 억울함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급식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라 평소 같으면 "이거 더 주세요. 저거 더 주세요" 했을 텐데...
왜 저렇게 속이 상했을까? 저런 기분으로 급식을 먹다가 얹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런데 급식을 다 먹고 유부초밥과 도넛을 리필받으러 왔다.
좀 전에 울었던 아이가 맞나 할 만큼 씩씩한 표정이다.
맛있는 급식을 먹다 보니 기분이 풀어진 게 분명하다.
아이를 보며 한마디 했다.
"선생님은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
"왜요?"
"네가 나빴던 기분이 급식 먹으면서 갑자기 좋아진 거 같아서"
아이가 그 말을 듣고 멋쩍은 듯 씨익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오늘 아침엔 신규 발령받은 선생님이 급식실에 찾아와 손편지와 간식을 수줍게 건네고 간다.
빼곡한 2장의 편지에서 엊그제 아이의 행동과 겹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맛있는 거 먹고 나면 금방 풀려요"라는 말이 눈에 띈다.
학생 때도 급식이 최고의 행복이었는데 교사가 되어도 역시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급식 때문에 매일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적어주셨다. 센스있고 맛있는 간식도 챙겨주시고...
선생님 고마워요 ~ 이런 맛에 이렇게 힘든 급식을 한다.
기분 나쁠 때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풀린다.
필자도 젤 맛있는 게 학교급식이다.
이렇게 맛있는 학교급식을 한 번도 못 먹어 본 사람들은 참 불쌍하다...
초밥 안 먹는 아이도 있어 흰밥도 조금 남겨둠
남은 도넛 5개는 리필로 빠르게 소진됨
100인분 잔반
거의 완벽할 뻔했는데 도넛 반 개 누가 버렸어!!
학교급식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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