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에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어느 강사님께서 사람 머리 모양의 종이를 나눠주시며 당장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라 하셨다.
교육을 받던 선생님들이 헛헛한 미소로 꾹꾹 눌러 적은 소망들... 개개인의 다채로운 희망을 적은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거기서 거기다. 하고 싶지 않은 데 억지로 하고 있는 일(직장)을 그만두고 건강을 챙기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또는 새로운 친구들과 여유롭게 어울리고 책을 읽거나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악기나 영어, 베이킹 등)을 배우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낯선 곳으로 여행도 다니고 나만의 카페나 텃밭 만들기...이렇게 소박한 것들을 너무나 지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지낸다.
기억에 남는건 꽤 여러 명이 집청소를 하고 싶다고 ㅋㅋ 여건이 되면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살고픈데 청소할 시간이 없으니... 그래 맞다. 맞아.
가장 마음 아팠던 메모... (어느 영양샘이 적은) 식중독 걱정 없는 삶...
월급과 맞바꾼 무거운 족쇄가 애잔함...
많은 이들의 소망이 하나 같이 너무 소박해서 슬펐다. 무엇을 하고픈지 고민할 시간조차 없어 그저 조금 화려하고 평온한 일상을 적은게 아닌지... 알고보면 훨씬 더 근사한 꿈들이 있을것 같은데...
강사님께서 하고픈 일을 나중으로 미룰 필요 없다고.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그냥 하라고 하셨지만, 퇴근하면 남는 에너지가 없어 짬나면 그저 쓰러져 잠들고 싶을 뿐이라 말씀하시던 샘들 ㅋ
필자는 누군가에게 꿈을 너무 내비치는게 조금 걱정되어? 아주 일부만 적었다. 늘 바빠 챙기지 못하는 가족들을 좀 챙기고 싶고, 나만의 근사한 공간을 만들어 혼자 책 읽고 사색하고 글도 쓰면서 때때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적었다. 그리고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긴 싫은, 고독을 선택했지만 문득문득 외로운 (필자 같은) 사람들을 느슨하게 연결해 주는 커뮤니티를 운영해 보고 싶다고. 흔한 독서 모임은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니 책을 읽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 있는 모임들을 만들어 운영해 보고 싶다고 적었다.
오래전부터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는 큰 꿈은 너무 눈에 띌 것 같아 적지 않았다^^. 알면 말릴까봐 ㅋㅋ
무언가 하고 싶다면 일단 방청소부터 하라는 조던피터슨의 말이 한참을 유행했다. 그래! 무언가 시작하려면 청소부터 해야한다. 깨끗했던 우리집이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