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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Jan 13. 2019

#53. 할머니의 장례식



또 한번의 장례를 치르며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분향소에 모시고 오는 버스 안에서 많은 생각들이 뒤엉켜 글로 정리를 하려 메모장을 열었다. 


#모든것이 돈이다. 사소한 종이컵 하나마저 돈이라 회사에서 나오는 물품들의 소중함을 처음 느꼈다. 고마웠다. 회사라는 존재가. 나가라고 하기 전까진 회사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할머니는 마지막 가시는 길에 아름다운 꽃으로 꾸민 예쁜관에 누우셔 리무진 벤츠를 타셨다. 살아계실적 자식들의 차도 많이 못타보셨는데 이렇게 멋드러진  차를 살아생전에 타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씁쓸한 생각에 잠겼다. 한평생 고생만 하시다 가신 우리 할머니, 그래도 천국에서는 편안하게 왕비처럼 꽃길만 걸으세요.


#나의 첫 손님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분의 조문이였다. 예상치도 못한 분이기에 얼떨결하고, 어쩌면 그래서인지 그 고마움이 배가됐다. 더불어 오시진 못하지만 메시지로나마 위로를 전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고맙더라. 나도 나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몇초간의 나만아는 마음으로만 전달되지 않는 위로를 했었는데 아무래도 짧더라도 메시지 한통, 전화 한통이라도 온기를 전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라는 말처럼 역시나 그렇더라. 북적이는 장례식이 마음이 좋듯이 들려주는 발걸음과 잠시 자리를 차지해주는것이 이리도 고마운지 몰랐다. 어쩌면 우리 세대때는 부를 가족과 친척이 적어져서 장례문화 또한 변해갈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모든 분들이 한없이 고맙다. 더불어 할머니 덕분에 먼 친척들까지 만나 지나온 세월들을 안주삼아 근황들을 녹인 소주 한잔이 그리도 달았다.


#남여 차별. 장례문화를 접하며 아직도 박혀있는 남자 중심의 사회가 엄연히 뿌리박힌채 존재하고 있지만 갓난아기부터 본 친척동생들이 장손, 손자라는 이름으로 늠름하게 일을 하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든든했다. 아무래도 감성이 짙은 딸들은 부모님의 부재로 오는 슬픔을 이겨내기 힘들어보이지만, 물론 아들들의 슬픔도  어디 비교가 되겠냐만은 묵묵히 가슴으로 삼키고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마지막에 관을 나르는 모습들을 보며 그래도 참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들이 있구나 라는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선행된 학습으로 빚어진 사고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그것이 보기가 좋았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다. 갑자기 딸만 둘인 우리 부모님 생각에 책임감이 더해진다.


#사람은 태어나서 어찌됐건 죽음으로 가는 길을 걸어간다. 죽음이라는 것이 아직은 먼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죽음의 순간에 느껴야할 생각과 감정들을 생각하며 살아야될 것 같다. 


#나는 내가 올린 글들을 가끔 아니 자주 본다. 그날의 기억들 그날의 감정들을 기리기위해. 앞으로도 이 글을 보며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겠지. 그랬으면 한다.


일단 지금은 오랜만이 본 친척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참 예쁘다 우리 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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