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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Jan 13. 2019

#54. 제일 사랑하기에, 제일 당연한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이 좀 남아 의자에 앉아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옆에 앉은 모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무뚝뚝한 표정의 여자아이와 40대 후반쯤 된듯한 아줌마. 

엄마와 딸로 보이는 두 여자의 대화가 이어졌다. 


“다음엔 엄마랑 아빠랑 둘이 여행가라고 했다며?”

섭섭함 가득쌓인 질문형 사실 체크는 아무래도  

“아냐, 엄마 그냥 아빠한테 해본소리야”라며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짙게 뵌 말투였다.

그런 엄마의 마음보단 본인의 기분이 먼저인 딸은 

“어, 담엔 둘이가 그냥”하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뒷말을 이어나가고 싶지만 씁쓸한 마음을 삼기고자 입술에 힘이 들어간 표정으로 눈을 꿈뻑이는데, 

나도 모르게 엄마의 마음에 감정이 이입되어 입꼬리가 쳐지고 말았다. 


부모님보단 친구가 좋을 나이기에,

아직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단 내 감정이 중요하기에,

엄마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뾰족한 말이 아무래도 엄마에게는 많이 아팠는지 씁쓸한 표정이 오래가는 것 같았다. 


내가 저 입장이여도 별반 다르지 않겠냐만은,

품안에 자식이라고, 아직은 애같은데 자꾸만 품을 떠나려는 자식이 얼마나 섭섭했을까.


나도 아직 비수같은 말로 엄마의 굳은 살이 난 가슴에 여전히 할퀴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철이 조금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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