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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Jan 06. 2023

기나긴 육아밤들


아기의 변화는 당연한 거고 부모는 이전의 아기 모습에 집착을 합니다. 아이고 이 녀석 이제 또 크는구나 이 생각 가지시면 변화의 시기네, 이런 여유로운 마음 가지시면 모르던 지혜도 생겨납니다.

아기의 울음이 배고픔인지 아픈 건지 불편함인지 엄마는 대충 알 수 있습니다. 모성이죠. 이 모성은 여유를 가질 때 가장 활성화 됩니다.


아기의 변화는 성장입니다. 크는구나 이 생각 가지시면 조바심이 줄고 이 녀석 엄마랑 밀당해 볼까 이런 여유 가지시면 아기도 편해집니다.


쉬운 육아는 없고 아기마다 기질이 다릅니다. 다른 사람의 경우는 참고일 뿐 내 아기의 답이 아니에요. 양육에 있어서 여유를 갖는 것과 내 아기에 대한 관찰 그리고 모성을 잘 가감하시길 권합니다.

곧 질문자님의 방법이 생겨날 거예요.



이서가 태어난 지 한 달, 남편이 일 가고나면 나와 아기 둘이서 일곱 시간을 보내는데 하루 걸러 하루는 두시간이 넘도록 울었다. 젖을 먹겠다고 입을 뻐끔거려서 젖을 물리면 켁켁거리며 속이 안 좋다고 울고, 소화를 시켜주려 안고 등을 쓰다듬으면 젖을 달라고 가슴에 입을 대고 울었다. 울다 지쳐 진이 빠지면 젖을 물고도 기운이 없어 제대로 빨지는 못하고 오물거리다 잠들곤 했다. 이전 수유 후에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해선가, 먹인 후에 30분이 넘도록 아이를 안고 트림을 시키고 잠에서 깬 뒤에 배를 마사지해줘도 아이는 가끔씩 이렇게 속이 아파 울었다


가끔은 아이는 우는데 그 신호를 알아차리기가 어렵고, 아이가 서럽게 울면 뭐가 불편한지 찾다 나도 지쳐 울었다. 나 때문에 애가 더 우는 것은 아닌가 미안해져 밤마다 아이를 안고 이것저것 검색을 시작했다. 매일매일 새롭게 배워야 할 것 투성이다. 모유 수유 방법, 아기가 얼마나 먹는지 어떻게 알지, 아기가 덜 힘들게 목욕하는 법, 트림시키는 다양한 자세, 그중에서도 우리 애에게 맞는 자세를 찾는 것, 젖 먹이는 자세와 자기 아기만의 패턴 파악하기.


나를 울게 하는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이런 것 말이다. '아가가 대변을 보고 물티슈만으로 닦아도 될까?' 인터넷에서 많은 엄마들이 아기가 대변을 보면 꼭 물로 닦아준다고 했다.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기저귀를 확인했고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해준다고. 하지만 우리집은 안방과 화장실 온도차가 커서 아기를 화장실에서 씻기면 딸꾹질에 눈물에 난리도 아니다. 몇 번 시도했다가 추워서 울거나 불편해서 울거나 아무튼 우느라 잠도 깨고 심기가 불편해져서 그 다음이 어려워졌다. 나라고 물로 안 닦아주고 싶겠나... 내가 대변을 봐도 나는 꼭 물로 씻는데... 물티슈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아이에게 안 좋고 어쩌구 저쩌구 하니, 이대로 해도 되는가 불안해서 나도 울었다.


최근에 또 한가지 문제는 아기가 한 시간 간격으로 젖을 찾는 거였다. 15분을 먹다 잠들고 30분을 안아서 소화시켰는데도 게워내고, 10분 15분이 지나면 일어나 다시 젖을 찾으니 나는 쉬지도 먹지도 못하고 애를 들고 있어야 했다. 내가 젖을 먹이면 남편이 받아들고 소화시키고 그 사이에 밥 먹고 씻고..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 찾아보니 '먹놀잠'을 가르치랬다. 그래서 또 새벽 내내 공부하고 그 다음날은 그걸 가르쳐보겠다고 먹으며 조는 아이를 계속 깨웠다. 전문가들이 가르쳐준대로 유두를 입에서 빼기도 하고 잠들려고 하면 일으켜 안아 트림을 시켰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먹었지만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어설프게 놀다가 졸다가 다시 젖 먹을 시간이 오곤 했다.


사실은 아주 사소한 문제들인데 말도 못하고 약한 아기를 키우니 엄청나게 큰 문제가 되곤 했다. 이렇게 했다가 약해지면 어쩌지, 아프면 어쩌지,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나를 괴롭게 했다. 아기는 잘 먹고 잘 싸고 잘만 자는데.. 그렇게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의 전문가와 고수들을 찾아보고 수많은 댓글을 정독한 뒤 결국 도달한 생각은 아주 단순했다.


우리 애는 다르다.


세상에 같은 아기는 없고 아무리 전문가의 방식이라도 그것을 이 아기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를 괴롭게 했던 일들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나아졌다. 이서는 점점 스스로 수유 텀을 넓혀갔고 한 시간 반마다 계속되던 모우 수유는 두 시간, 두 시간 반, 세 시간으로 조금씩 길어졌다. 그리고 생후 80일이 지나며 스스로 먹놀잠을 시작했다. 늘 젖을 먹고 잠들던 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젖을 다 먹은 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삼십분이 넘도록 자지 않았다. 스스로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었고 밤수유도 알아서 줄여갔다. 여유를 갖기로 마음 먹고 50일부터는 밤에 기저귀도 갈지 않았다. 엉덩이에 발진이 조금 생겨도 낮에 기저귀를 열어두고 약을 발라주며 가라앉혔고 응가는 아기가 울더라도 꼭 물로 닦아줬더니 점점 아기도 적응했다. 그렇게 세 달, 네 달이 지나면서 나도 조금씩 이서와 함께하는 새로운 삶에 적응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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