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누릴 자격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 2> -칼멘

by 김영지




10대 시절의 이야기였던 1편을 지나 대학생이 된 네 친구들은 이제 정말로 각자의 길을 찾아 떨어져 지내게 된다. 브리짓은 고고학 캠프에 참여하면서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고 오래 만나지 못했던 외할머니를 만나러 간다. 티비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부담을 느끼고, 레나는 코스타스를 떠나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만 그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칼멘은 예상치 못하게 연극의 주인공이 되고 상대 배우에게 호감을 갖는다. 삶이 달라지는 만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적어진다. 그러던 중 청바지가 사라지고, 그들은 잃어버린 청바지를 찾기 위해 한 곳에 모이게 된다.



칼멘은 늘 씩씩하다. 1편에서 그녀는 아빠의 갑작스러운 재혼 소식에 그를 뺏긴 것 같아 분노했지만 결국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의 실수들을 품는다. 청바지에 의미를 부여해 친구들이 떨어져 있을 때에도 이어질 연결고리를 만든 것도 그녀고, 친구들의 일에 앞장서서 달려가는 것도 그녀다. 그런 칼멘은 정작 스스로의 일에는 아주 여리다. 자신을 외모로 누르려하는 새로운 친구 앞에서 작아지고 자신은 연극의 주인공이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 안에는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




칼멘 메인.jpg 뚜루뚜뚜~




다른 사람들의 칼멘을 대하는 태도는 그녀를 흔든다. 칼멘은 예쁘지 않고, 연기 경력도 없어서 주인공을 맡지 못할 것이다. 칼멘은 똑똑하고 야무지지만 사랑스럽지는 않아서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도 없을 것이다. 이제 막 재혼해서 신혼의 즐거움을 느끼는 엄마는 심지어 아기까지 생겨 칼멘은 뒷전이다. 새롭게 사귄 좋은 친구라 생각했던 이는 자신의 행운을 시기하고 망치려 하고, 나를 좋아하는 남자애의 마음은 익숙하지 않고 쉽게 믿어지지도 않는다. 당당하고 솔직한 칼멘이지만 그 속은 여려 계속해서 상처받는다. 그래서 자신에게 기대고 싶어 찾아온 티비를 매몰차게 대하고 남들은 선망하는 주인공 자리를 부담스럽게 여기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기도 한다. 칼멘은 낯선 곳에서 이 모든 것들에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 예상치 못한 동생의 언니가 되기 위해, 갑작스레 맡게 된 연극의 주인공을 감당해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 보니 사실은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칼멘을 혼자 두지 않았다. 첫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엄마는 저 먼 곳에서 예정보다 일찍 아이를 낳게 됐다. 그 자리에 갈 수 없는 칼멘을 위해 마을에 남아있던 티비가 엄마에게 간다. 티비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칼멘을 응원한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는 것. 영상에서 엄마는 말한다.


"칼멘, 이 아기가 널 많이 생각나게 하는구나. 네가 처음 내 팔에 안겼을 때 내 모든 삶 가운데 이보다 더 아름다운 무엇을 마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리고 그 마음이 들었을 때 내 마음은 벅차올랐단다. 이제 무대에 올라가서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렴."


그리고 곧이어 카메라를 돌려 티비가 말한다.

"잘 해. 그리고.. 너는 햇살을 누릴 자격이 있어. 오늘 너의 밤은 햇살이 가득할 거야."



칼멘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녀는 사랑받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칼멘은 그날 밤 가장 아름다운 주인공이 된다. 대사와 호흡, 표정과 몸짓 모든 것이 완벽한 주인공. 그녀는 무대 위에서 이전에 심사위원들이 봤던 그 무언가를 활짝 빛낸다. 나를 아름답게 봐주는 누군가가 나에게 주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의 행복감을 칼멘은 이제는 안다. 그렇게 연극의 주인공이 아닌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사랑을 얻고 꿈을 얻고 이제 막 태어난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몸이 멀어져 마음도 멀어졌던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함께 해결해나갈 힘도 다시 얻는다.



사랑이란 정말로 신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 믿음을 낳고 사람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1편에서 코스타스가 레나에게 준 사랑처럼, 그리고 2편에서 브라이언이 티비에게 준 마음처럼, 그리고 주변의 모든 이들로부터 칼멘이 받은 사랑처럼 맑고 진지한 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이제 칼멘은 더는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어려움을 혼자서 감당해내려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신을 깎아내리려던 친구에게 침착하고 통쾌하게 알려준다. "너 자신보다 널 깎아내릴 사람은 없어." 그렇게 칼멘은 햇살을 누릴 자격을 되찾는다.




그리이이이스.jpg 그리이이이이이스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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