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단 한 번, 무지개처럼 변하는 사람

영화 <플립>

by 김영지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요새는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꽤나 내 취향과 비슷한 매거진도 많이 생겨나 그 속의 글들을 읽을 때면 기가 죽는 때는 언제든 찾아온다. 그런 문장과 분위기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가 있다. 그 글을 내 글처럼 가져와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약간은 시니컬하면서 맛깔나고 재밌는 글을 읽을 때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그리고 아직 한 글자도 시작하지 못 한 나의 텅 빈 종이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못 할 거야. 나는 저렇게 멋지게 쓸 수 없어. 이러한 두려움이 들 때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멍청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먼지가 되어 폴폴 날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앉아 바람이 불 때까지 다시는 엉덩이를 들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만 같다.




어떤 글을 쓰는가. 그것은 결국 내 생각으로부터 나온다. 누군가의 스타일이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나는 나의 중심으로 글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가. 그것이 흔들릴 때면 나는 이 영화를 생각한다.




영화 <플립 Flipped>은 10대 소녀와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다. 소녀를 소년에 앞서 쓴 이유는 그만큼 이 영화 속에서 소녀의 정서와 내레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소년 브라이스는 줄리의 앞집으로 이사 온다. 줄리는 그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그때부터 줄리의 덕질(!)은 시작된다. 브라이스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줄리를 떼어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잘생긴 브라이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무려 디카프리오의 아역이었다.




줄리는 따뜻하고 똑똑한 소녀다. 가난하고 어리지만, 부모님은 서로와 자식들을 사랑하고, 줄리는 그 사랑과 존중 속에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보고,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 일을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녀는 브라이스의 눈빛을 좋아한다. 잘생긴 외모와 까칠한 성격,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소년. 그럼에도 그의 눈빛은 줄리의 마음을 끈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아랑곳 않고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직진한다. 그의 눈이 좋다는 줄리에게 그녀의 아빠는 말한다.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를 보렴. 부분이 합쳐졌을 때 그 전체가 더 아름다워야 한단다.





줄리의 나무




줄리는 아빠의 말뜻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친구들도 관찰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아빠가 말한 대로 관찰하지만, 유독 브라이스만은 그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그러던 중 마을 중앙에 있는 큰 나무에 오르게 되고, 그 높은 곳에서 마주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며 부분이 합쳐져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의 브라이스는 더 이상 그 합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고 느낀다.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괴짜 같은 줄리와 친구가 된다. 그는 줄리의 순수한 열정을 아름답게 본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평범한 사람, 빛나는 사람, 그리고 일생에 단 한 번, 무지개처럼 변화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




줄리는 계속해서 자신이 옳다 생각하는 일을 한다. 집 앞의 마당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호 시설에 있는 작은 아버지를 만나며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자신의 가족을 더욱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렇게 줄리는 평범하거나 반짝이는 사람들 속에서, 무지개처럼 신의 존재를 알리는 다채로운 빛으로 그 각 부분이 합쳐졌을 때 그 전체가 더욱 아름다운,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언제나 부정적인 것만을 생각하던 브라이스에게 그 아름다움을 가르친다.




이제 십 대인 그들이 평생을 서로에게 무지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아름답게 빛나는 상대방의 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행복한 경험이다. 평생이 가도록 ‘무지개처럼 변화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생에 단 한 번, 무지개처럼 변하는 사람이란 뜻은 결국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 터를 중심으로 다채롭게 빛을 발하는 사람. 줄리는 자신에게 그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나무를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었다. 줄리는 그 나무가 가르쳐준 것을 잊지 않고 옳은 것을 선택해갔다. 이제 그녀의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움을 알아보게 된 브라이스는 그녀에게 다시 어린 나무를 선물한다. 그 둘의 마음 안에는 이제 같은 나무가 있다. 함께 기르고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시간을 쌓아 함께 소중히 여길 나무가 그들 안에 있다.









줄리는 중심을 지켰다. 어린 나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지혜롭게 대처해간다. 베푸는 것에 인색하지 않고 두려운 때에는 두려워하고, 잘 알지 못할 때에는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 아는 것을 분명히 아는 것. 그리고 그 선을 넘어서는 일을 하지 않는 것. 이것은 엄청난 지혜다. 선택한 뒤에 후회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선택을 맞는 것으로 바꿔가는 과정. 그렇게 우리는 부분을 합쳐 전체가 아름다운 그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다.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이고 싶고,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글자 글자가 모여 아름다운 전체를 만들어내는 글,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무지개처럼 빛나는 사람이고 싶다.




* 사진 출처는 모두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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