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랑을 선택하는 것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by 김영지





마리아의 일상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나 꿈에 부풀어 엉뚱한 생각들을 하며 푸른 언덕을 가로지르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니 치마를 입고 나무 위를 오르거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취미요, 정해진 일정에 지각하기는 특기다. 그런 마리아의 직업은 '수녀'다.



그날도 마리아는 알프스의 풍경이 펼쳐진 언덕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노래할 때에 가장 행복해지는 마음 (My heart will be blessed with the sound of music).'을 노래하며 말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수수한 모습으로 노래하는 마리아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녀는 또다시 미사에 늦었고, 선배 수녀들은 그녀에게 뭔가 다른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마리아는 폰 트랩 대령의 집에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대령은 은퇴했고, 아이는 일곱, 엄마는 돌아가셨다.



마리아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대령은 아이들을 군대식으로 교육하고 있다. 아이들을 부를 때는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아이들마다 다른 신호를 만들고 호각을 분다. 그는 비엔나에 있는 남작 부인을 만나러 종종 집을 비우고, 아이들은 아빠의 관심을 사려 짓궂은 장난을 친다. 그렇게 아이들은 이미 여러 명의 가정교사를 갈아치운 상태다. 아이들은 물론 마리아에게도 까칠하다. 가정교사는 필요 없다고 말하지를 않나, 주머니에는 개구리를 숨겨놓아 마리아를 놀라게 하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그녀의 의자에 솔방울을 올려두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게 한다.




favorite things~




하지만 마리아는 특별한 선생님이다. 그녀는 언제나 밝고 쾌활하며 아이들의 장난에도 화내지 않는다(물론 조금 두려워하기는 한다). 그녀는 아이들이 자신을 곯리려 둔 솔방울을 대령에게 이르지 않고 그녀를 놀라게 했던 개구리는 아이들의 선물이라 말하며, 아빠 몰래 연애하느라 힘든 리즈의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천둥 번개가 무서워 방으로 찾아온 아이들에게는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사라진다며 함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노래한다. 그리고 대령이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에게 규칙과 복종이 아닌, 즐거움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은 그녀가 커튼으로 만든 편한 옷을 입고 산과 강을 뛰놀며 노래를 배우고 자유를 배운다. 그리고 이런 마리아의 모습은 대령의 마음도 바꾸고 집안에는 다시 엄마가 살아있을 때처럼 노래와 웃음이 넘쳐나게 된다.



마리아가 아이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녀가 언제나 '사랑'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도 화가 날 때가 있다. 자신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욱할 때도 있고 아이들이 장난칠 때면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리아는 잠시 멈춰서서 사랑하기를 선택한다. 화가 날 때에는 재치 있게 상황을 바꾸고 아이들의 잘못은 감싸주고 다시 한 번 믿어주며 대신에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마리아와 함께 있을 때에는 일곱 명의 아이들 중 어느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하며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없다. 아이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뛰고 놀며 자라난다. 그렇게 마리아는 아이들을 두렵게 하지 않고도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다.



그리고 마리아는 이 영화도 특별하게 만든다. 열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영상과 음악,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마리아가 있다. 그녀의 목소리와 다양한 표정, 아이들과 대령을 바라보는 마리아의 애정 가득한 눈빛이 이 영화를 더욱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네이버 영화평 중 첫 번째 베스트 평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글이다.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는데, 남자아이들은 지루해했지만 본인은 이 영화를 보며 '평생 잊을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며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자신이 이 나이에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말을 할 수 있는 그 아이는 얼마나 아름다운 아이일까. 그리고 이 영화를 보여준 음악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마리아와 같은 선생님 이리라.




다시 음악




지난 학기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국어와 독서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연찮게도 아이들은 그 학기에 '사운드 오브 뮤직'을 뮤지컬로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뮤지컬 준비를 위해 모두 이 영화를 봤고, 각자 역할을 맡아 준비하니 노래와 대사를 외우는 중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50번도 더 봤기 때문에 한동안 아이들과 이 영화에 대해 얼마나 수다를 떨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일을 준비하며 자꾸만 이 영화가 생각난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이고 싶었다. 언제나 사랑을 선택하는 선생님. 화를 내기보다는 한번 더 믿어주고 아이들이 꿈꾸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그 길을 가도록 응원해주는 선생님이고 싶었다. 어떤 때에 나는 그런 선생님이었고, 또 어떤 때에는 그렇지 못한 선생님이었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신뢰가 넘치는 어른이 되기란 언제나 어렵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에는 힘이 넘치다가도 아이들의 흥미가 조금만 약해지면 같이 기운이 빠져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을 사랑했다. 나는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인지 알고 있었고 선생님의 한 마디가 아이들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로 내가 그것을 겪은 학생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이 아이들이 나의 수업을 통해 배우는 모든 것을 사랑했고, 아이들의 생각이 넓어져 가끔은 나의 생각마저 넘어서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이 사랑을 먹으며 자란다는 것을 배웠다. 못한 것이 아닌 잘한 것에 초점을 맞추며 시간을 갖고 인내할 때, 삐딱하게 등을 기대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학생이 웃는 얼굴로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글은 한 문장을 쓰기도 어려워하던 학생이 한 문단을 쓰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시간들을 통해 선생님뿐 아니라 학생들도 사랑을 선택한다. 선생님을 사랑하고 선생님의 말을 존중하기로 선택한다. 영화에서 아이들이 점차 안정적이게 되고 마리아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녀를 사랑했던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같이 자라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된다.




추억의 포스터


*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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