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지 Nov 27. 2018

흙에서 자란 내 마음

매거진 소개



안녕하세요. 아빠의 시집을 출간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언제나 제 글에 확신이 없고 내 책을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내는 것이 많이 보편화됐지만 여전히 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책을 내고 싶고 그것은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닐 겁니다.


그동안은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제 글을 실어주는 곳도 찾아보는 이도 없어 쌓이는 실망이 너무 오래됐습니다. 낡고 오래된 실망들이 제 마음을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늦게 조용한 시간엔 자는 것이 아까워 홀로 앉아 펜을 돌리고 편지를 잔뜩 쓰고 우체국 문이 떨어지도록 열었습니다. 그럼에도 글로 쓸만한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에게 '그저 쓰라'라고 했습니다. 자유롭고 즐겁게, 내 마음을 잘 다듬어 써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아빠 이야기를 다시 했습니다. 단순하고 뭉툭한 시를 썼던 아빠. 그저 읽고 쓰고 분석하며 십 년 뒤에 더 큰 꿈을 이뤘던 아빠. 장인어른이 아주 중요한 것을 보여주고 가셨는데 왜 이대로 멈춰있냐고 했습니다.


아빠는 일 년 3개월간 암 투병을 하셨고 지난 3월에 떠났습니다. 한동안은 아빠가 손으로 남긴 글들을 아빠의 노트북에 옮겨적고 다듬었고, 그 작업이 괴로운 일이어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돼서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블로그에 비공개로 혼자 적어낸 글들을 다듬어 이제는 밖으로 꺼내보려고 합니다. 쓸 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엄청나게 많아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자마자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가 글을 쓴 것은 제가 언제나 아름다운 글을 쓸 것이라 믿어줬던 아빠를 위해서고,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나 삶을 가꾸는 엄마를 위해서고, 그 자신은 칼로 베는 고통을 겪으면서 가시에 찔린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생을 위해서며, 아내가 슬픔을 이겨내고 더 나은 삶을 꿈꾸길 기대하며 함께 지나온 신랑을 위한 것입니다.


제목인 '흙에서 자란 내 마음'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서 가져왔습니다. 작년 여름 아빠와 함께 둘러본 정지용 문학관에서 제 마음을 가장 울렸던 말입니다. 저의 모든 생각과 상상력은 춥고 가난한 시골집에서 자란 것이라 저의 팔 할은 그곳의 흙과 바람이 키웠죠. 다른 이야기를 쓰려면 그전에 저의 것들을 먼저 털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를 아프게 기억하기보다는 그가 얼마나 멋진 아빠였는지를, 시간이 더 흘러 잊기 전에 적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흙에서 마음이 자라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적을 계획입니다. 저와 가족은 슬픈 일을 겪었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적을 겁니다. 언젠가 모두가 겪게 되는 일이니 잘 이겨나가는 과정을 적고 싶습니다. 이 곳에 적힌 글들은 미래의 어떤 것의 초고입니다. 보는 이가 적어도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기로 오늘도 다짐합니다. 언제나 시간을 소중히.




*해당 매거진의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모두 저에게 있으며

홍보를 위한 부분 발췌는 감사하지만 전체를 사용하시는 것은 지양해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