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까치 한마리가 사무실 창문을 두드리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싶어 관심두지 않았으나 하루에도 몇 번, 찾아오는 녀석 탓에 결국 짜증이 나고 말았습니다. 창문을 열어 쫓아도 보았는데 그럴 때마다 잠깐 날아가는 척 하더니 다시 돌아와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놀림 당하는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문득, 녀석이 그러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서 그렇다하기엔 창문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게 아니라서, 부리가 간지러워서 그렇다하기에는 꼭 여기가 아니라도 될 것 같아서, 그보다 유치가 빠지고 있는 강아지처럼 새도 그러는 것인지 확실치 않아서, 나에게는 현생이고 까치에게는 전생이었던 삶의 어디쯤 인연이었다고 하기에는, 다시, 나보다 먼저, 떠나는 삶으로 태어났다고 믿기 싫어서,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유는 알아야겠다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적으로 착각해서 그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누군가는 바보 같다며 웃었습니다. 저도 따라 웃고 말았지만 필사적으로 쪼아대는 녀석이 안타깝고 씁쓸해져서 마음 한 켠이 시큼해졌습니다. 자신을 쪼아대는 건 까치뿐만이 아닐 텐데, 우리 모두 마음 한구석 어디쯤에 거울을 두고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 날 이후, 유리창을 두드리는 까치의 일이 까치만의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까치가 날아올 때면 자꾸만 마음이 뻐근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까치는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근처에 둥지를 틀었다면 찾아오지 않을 리 없는데 말입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니면 용서하기로 마음먹어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사무실 창문이 두들겨지던 소리가 그리우면서도 그립지 않습니다. 가을입니다. 오늘도 거울을 보다 눈이 붓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