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
아빠 생신이어서 지난 주말, 친정을 다녀왔다.
이 날의 아빠는 유독
눈에서 사랑이 뚝뚝 흘러 넘쳤다.
아빠의 그런 얼굴은 처음 보았다.
딸의 딸을 바라보시는 얼굴이 그랬다.
원래부터도 아빠는 말수는 적어도 항상 누구보다 상대방을 따뜻하고 푸근하게 대해주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잘 웃고 또 눈에서부터 하트가 뿅뿅한 스타일은 아니셨기 때문에 나는 이 날의 아빠가 조금 새롭고 낯설었다.
우리 부녀는 참 무뚝뚝한 사이다.
애정 표현이나 그 비슷한 것도 오글거려 절대로 하지 못하는 사이.
그럼에도 나는 아빠를 정말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아빠의 젠틀함과 묵직함을 좋아했다.
아빠가 나를 대해주는 기준이
내가 남자를 만날 때 받는 존중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말수가 적어도 내심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섬세하게 신경써주는 아빠의 면모를 나는 유독 좋아했다.
아빠랑 둘이 겨울밤에 산책을 나가면
물건 팔고 계신 할머니의 물건을 모두 사서는 할머니를 집으로 얼른 들여보내시려고 하는 아빠의 인품을 좋아했다.
좋지도 않은 물건을 다 사왔냐는 엄마의 핀잔도 충분히 이해는 갔지만 말이다.
아빠가 은행원이던 시절, 상품권을 받으면 집으로 가져오지 않고 은행에서 청소하시는 분들께 다 드리곤 하던 것이 좋았다.
없는 형편에도 가족들과 동해 일주를 하려 하는 아빠가
때때로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면서도
이런 게 우리를 살게 할 거라고 말하는 아빠가 좋았다.
좋은 사람, 좋은 어른.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의 기준을 아빠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오늘은 아빠의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지난 주말 본 아빠의 표정이 진심으로 행복해보여 좋았는데, 얄궂게도 이 타이밍에 하필 안 좋은 일이 있지 않아야 할텐데 싶었는데
다행히 암이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다.
왜인지 빨리 돌아가실 것만 같은 아빠여서 그런지 항상 마음을 졸이는데,
아슬아슬하게 아빠는 아직까지는 항상 옆에 있어주심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의 행복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덕분에 그걸 바라보는 우리 가족의 행복한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