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아기

한 고집 할 것 같은 내 아기

by rainy


남편과 나는 항상 집 안에서는 슬리퍼를 신는데, 아기가 그게 부러웠는지 어제부터 우리를 따라하는 중이다. 커다란 슬리퍼 안에 자신의 쪼꼬만 발을 신중히 넣고는 제법 우리처럼 슬리퍼를 끌며 걷는다. 발을 넣는 것도 쉽지가 않아서 발은 안 들어간 채 자꾸 슬리퍼가 미끄러지기만 하자 짜증이 났는지 온 몸에 힘을 주고 소리를 꺅 지르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직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만한 능력이 없는데 짜증이 나니까 온 몸으로 그걸 표출하는 모습이 웃기고 또 사랑스럽다. 그러다가도 어쩌다 한 번 성공하면 금세 얼굴에 배시시 해사한 웃음이 번진다. 어제 저녁부터 그러더니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또 그러고 있다. 어제보다 훨씬 나아진 솜씨다. 제법 안정적이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한다. 될 때까지 집중해서 고작 15개월 된 아기가 차분하고 신중하게 임하는 게 느껴진다. 중간 중간 큰 숨도 몰아쉰다. 손 하나를 높이 들고 나름대로 왜 잡는지 모르겠는 균형도 잡는다. 실패하면 순간 짜증도 나고 오기가 생기는 게 보이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 고집도 꽤 있는 것 같고 성깔도 없지 않다. 아기가 커다란 아빠의 슬리퍼에 몇 번이고 자기 발을 넣고 될 때까지 하고 또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기의 성격을 마구 예측해본다. 물론 어떻게 예측이 되더라도 나는 좋게 해석할 것이다. 고집이 있는 것은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기어코 걸어갈 사람이라는 좋은 징조로, 성깔이 있는 것은 어디서든 자기를 지킬 줄 아는 힘으로, 반복되는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오기는 결국에는 무언가를 성취해내게 할 원동력으로 -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좋게 생각해본다.


살아가며 수만 번 변하는 게 사람인데 설령 간혹 안 좋다고 할 만한 면이 보이더라도 나만큼은 좋게 바라봐주며 최대한 좋은 쪽으로 발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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