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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Oct 20. 2019

Rinuccio 1180 와이너리 레스토랑

좋은 날씨,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 훌륭한 와인의 완벽한 마리아주

    Rinuccio 1180 레스토랑은 와이너리의 가장 위층에 자리하고 있다. 3층 건물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포도나무를 생겸함으로 바라본다. 도시에서 자라 포도나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는 키 작은 포도나무 가지에서 손바닥 같은 푸른 잎이 돋아나고 그 아래 꽃이 피고 곧 포도가 될 몽글몽글한 덩이들이 생겨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다.

단순한 열매의 이치를 잠깐 잊자면 그 몽글몽글한 아이들이 그대로 자라 바로 포도가 된다고 해도 믿을 어린 포도 모양이었다. (꽃이 펴야 열매를 맺지!) 길고 현대적인 와이너리 건물 옥상에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멀리 보이는 시골 풍경의 산세와 잘 어우러져 이 곳이 건물 3층이라는 것을 깜빡 잊게 된다. 건물 위에서 재배되는 포도라니, 뭔가 선전에서나 볼법한 미래 농업의 첫 단추를 관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완벽한 장소에서의 식사라니, 자리에 앉아 메뉴를 둘러보는데 가격이 나쁘지 않다. (완벽한 뷰를 자랑하는 카페들의 거품 가득한 가격에 반복 학습된 나는 꽤나 비싼 가격이라도 놀라지 말자고 미리 마음먹었더랬다.)


와이너리 레스토랑답게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셔볼 수 있도록 3종의 와인을 세트로 구성해놓은 메뉴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화이트 와인 세트, (지난밤 티본스테이크의 충격을 달래줄) 가든 샐러드와 라비올리를 주문했다.

    원안에 어느 지방에서 생산된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인지 프린트되어 있는 종이를 깔고는 그 위에 해당 와인을 올려준다. 와인의 당도와 농도에 따라 어떤 순서로 먹는 것이 좋은지도 알려주었다. 햇살 가득한 창 밖의 포도밭을 감상하며 싱그러운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 늘 먹던 샤도네이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청량감이 느껴진다. 눈이 부시도록 파랗게 시린 하늘에 어울리는 맛이다.

샐러드 드레싱도 깔끔하다. 이 레스토랑의 다른 메뉴도 다 먹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첫 번째 와인잔을 비우고 두 번째 와인잔의 와인을 맛보았다. 점점 더 깊고 달콤한 맛이 나는, 잘 익은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넘어가며 치즈가 가득 든 라비올리를 맛보았다. 집에서 막 빚은 만두를 쪄먹는 것이 맛없을 수 없듯이 이 라비올리도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며 레스토랑 분위기를 살펴본다.

어느새 많던 자리가 거의 다 차있었다. 테이블을 4개나 이어 붙여서 16-7명 정도가 앉아서 길고 편안하고 느긋한 이탈리아 식사를 즐기고 있다. 보통은 옆 테이블은 뭘 먹나 정도가 관심사인데 그 단체석은 테이블을 뒤덮고 있는 세기도 힘들 정도로 빼곡한 와인 잔에 눈이 갔다.


 우리 내의 가족모임이든 회사 회식이든 저런 풍경의 식사는 절대 벌어질 일이 없기에 이런 것이 진짜 문화 차이라는 것이구나 생각한다. 그들이 떠난 자리, 다 마신 와인은 15병, 와인 잔은 어림잡아도 80개는 넘어 보였다. 그 어느 누구도 ‘너 잔에 술이 남았어’라고 면박 주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술을 원하는 만큼 즐기는 문화만큼은 정말 부러웠다. 보고 자라고 경험한 것이 많이 다르지만 우리 세대가 소위 말하는 ‘기성’ 세대가 되었을 때는 잔에 넘치도록 따른 술을 순서대로 비우는 것이 소속감을 키우고 흥을 돋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공감하길 간절히 원한다.

 ‘어차피 취해서 다 비워낼 테니까 회식 장소는 어디든 관계없지’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사라지길 바란다. 좋은 음식을 나누고 (그 기쁨을 도와줄 술을 적절히 곁들이며) 좋은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여 비로소 ‘우리’가 되고 소속감이 생겨나게 되길 기원한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흘러가는 축복받은 좋은 날씨와 포도밭이 펼쳐진 레스토랑에서 맛있다는 말로 부족한 행복한 식사를 티라미수와 에스프레소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크림이 아닌 마스카포네 치즈 맛이 가득한 '진짜' 티라미수를 한입 가득 떠 넣으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늘의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비행기로 12시간 남짓의 거리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다들 초대해서 잔치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좋은 음식과 좋은 와인 그리고 그것이 어우러지는 멋진 경험은 나눌수록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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