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장에서는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해 플랫폼 기업이 수행해야 할 과업을 경영계층을 기준으로 나눈 가치/상품/운영 혁신 등 3가지 영역의 6가지 혁신전략으로 제시하였다. 이제 7장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과업을 가치사슬을 기준으로 나눈 역량/상품/유통 영역의 혁신전략을 제안할 것이다. 다만, 플랫폼 BM은 전통적 파이프라인 BM의 ‘가치사슬’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과 여러 그룹의 외부 참여자를 연결한 ‘가치 네트워크’가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가치 네트워크에서 ① ‘역량’ 영역은 노드(node)의 역량이고 ② ‘유통’ 영역은 링크(link)인 노드 간 상호작용에 해당한다. 플랫폼 생태계는 플랫폼 BM의 가치 네트워크이므로 그 ‘역량’은 플랫폼 기업을 포함한 멤버들의 역량을 합친 것이고 ‘유통’은 멤버 간 상호작용의 빈도와 수준이 된다. 따라서, 플랫폼 생태계의 역량/유통 혁신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BM 본연의 특성인 가치 공유 정신 및 메커니즘, 네트워크 효과 등과 모든 생태계 멤버의 역량과 협업 및 참여 등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플랫폼 BM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창의적으로 결합해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혁신 즉, 플랫폼 BM 자체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 BM Innovation)에 해당한다.
플랫폼 BM이라고 해서 무조건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플랫폼 BM 본연의 강점인 가치 공유 메커니즘과 네트워크 효과 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전략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BM이나 기업 자체가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 특히 스타트업의 약 90%는 잘못된 가격 책정, 신뢰 개발 실패, 잘못된 시장 진입 타이밍, 경쟁(자)의 위협 무시 등으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Cusumano et al., 2019). 플랫폼 자체의 매력이 작거나(: 기술/상품 경쟁력 미비) 그것을 활용하는 제품/서비스의 숫자가 작은 BM(: 공급쪽 규모/범위의 경제 부족), 또 충분한 수요(: 수요쪽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지 못하는 BM은 성공할 수 없다. 아마존, 구글, 애플, MS, 메타 등은 모두 우수한 SW 제품이나 서비스로 소비자/시장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기에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Tiwana, 2014).
위와 같은 배경에서 본 장에서는 먼저 플랫폼 생태계 구성요소 각각의 역량과 상호작용을 높일 방안을 탐색하고, BMI 측면에서 여러 가지 플랫폼 BM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할 것이다. 플랫폼 생태계 멤버의 역량과 상호작용 강화에 대해서는 4장의 연장선에서 플랫폼 상품/BM/기업의 강점을 키우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플랫폼 BM의 고도화는 사슬형 플랫폼 BM을 원탁형 플랫폼 BM으로 전환하고, 원탁형 플랫폼 BM 중에서는 연결/중개/거래/협업/집적/통합형으로 고도화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4장에서 이미 정의한 용어지만, 플랫폼 BM 중에서 내부 역량을 활용해서 생산한 상품을 특정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사슬형 플랫폼 BM, 하나의 생산(또는 판매) 업체를 중심으로 기업 내/외부에 있는 여러 그룹의 생산자와 소비자/이용자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여러 차례에 걸쳐 가치를 생성-전달-획득하는 것을 원탁형 플랫폼 BM이라고 한다.
본서 4장에서 소개한 것처럼 기존 문헌이나 산업 현장에서 찾을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 멤버별 역량 혁신 전략은 기술개발, 연결/매칭, 뒤집기(inversion), 모으기, 평판과 신뢰 확보, 혁신적 수익모델 적용, SDK(SW Development Kit)와 교육 제공 및 커뮤니티 운영, 디지털화 등이다. 아날로그 플랫폼이든 디지털 플랫폼이든 우수한 기술력과 그것에 기반한 상품이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우수한 상품이라고 해서 모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기술력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플랫폼 BM은 또한, 양면 또는 다면 시장의 플레이어를 연결-매칭할 수 있는 지식/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뒤집기’란 내부 역량보다 외부 역량을 연결, 활용한 혁신을 확대하는 것이다. ‘모으기’는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기 위해 참여자를 늘리는 것이고 참여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통해 만족도, 충성도로 나타나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구독모델, Freemium, NYOP(Name Your Own Price) 같은 수익모델은 생산자/판매자와 소비자/이용자 모두에게 효익을 제공한다. SW나 게임/컨텐츠의 외부 개발자의 편의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SDK를 제공하는 것도 보편적 전략이다. 아날로그 플랫폼이든 디지털 플랫폼이든 ‘디지털화’ 또한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플랫폼 생태계 멤버간 상호작용을 혁신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API 제공, 커뮤니티 운영, 실시간/라이브 채팅 제공, 개방적 아키텍처와 단순 & 간편한 UI 제공, 정부/공공 정책개발 지원/참여 등을 꼽을 수 있다.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는 이질성 또는 다양성을 가진 내/외부 모듈을 연결, 통합하기 위한 필수 도구이다. 깃허브나 로블록스(Roblox)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서 공동창조를 위한 커뮤니티로 발전하였다. 정부/공공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기관이면서 촉진자이기에 상호 협조를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량 및 상호작용에 영향을 끼치는 전략 중에서 자사(상품) 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 제한(또는 전환비용 부담 가중), 최혜 대우 요구 등은 플랫폼 기업만의 이익을 앞세운 ‘불공정 거래’가 될 소지가 크기에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전문기업의 플랫폼 생태계 진입을 방지하거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상품을 포획(envelope, 필자는 ‘보쌈’으로 번역)하는 것 등은 전체 생태계의 역량이나 상호작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문제이다. Parker et al.(2016)은 플랫폼 생태계의 역량과 상호작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큐레이션(Curation) 같은 것을 포함하고 플랫폼 계층을 ① 다양성을 제한하는 안정적 계층과 ② 다양성을 허용하고 꾸준히 진화하는 2개 계층으로 나누라고 조언하고 있다. ‘큐레이션’은 박물관이나 전시회 같은 곳에서 ‘양질의 콘텐츠만을 취합·선별·조합·분류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재창출하는 행위’(위키백과)를 가리킨다. 법적 규제에서 요구하는 ‘게이트키퍼(Gate keeper)’가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방어 전략이라면, ‘큐레이션’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공격 전략에 해당한다. 갑작스러운 외부 변화(예: 생성형 AI 등장)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 계층 자체를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를 나누듯이 2개로 나누는 것도 의미있는 해결책이다.
Parker et al.(2016)가 제안한 플랫폼 BM의 '8가지 성공적 론칭(launching) 전략'은 대부분 역량 또는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전략에 해당한다. ‘토끼 따라가기’는 선도기업의 BM이나 업무방식을 모방하는 것이다. ‘업혀가기(piggyback)’는 타 기업의 시장/고객 기반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빌려 쓰는 것이다. ‘씨뿌리기’는 자발적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 비용을 들여서라도 초기 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데이팅 앱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여성 회원을 먼저 유치하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를) 이용’해서 플랫폼을 홍보한다든지, ‘단면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다. 예를 들면, 식당 찾기 서비스 경우, 이용자가 쉽게 쓸 수 있는 예약 앱을 우선 개발, 배포하는 것이다. ‘생산자가 서비스를 주도’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유데미(Udemy)는 강사가 직접 수강생을 모집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정 이벤트나 프로그램에 연계해서 집중 광고/홍보하는 ‘빅뱅’ 전략이나 ‘마이크로 시장’에서 시작해서 사용자를 확대하는 전략도 있다.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론칭 단계뿐만 아니라 성장, 성숙, 쇠퇴 단계별로 그에 알맞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랫폼 경제에서 모든 기업은 기존 BM에 플랫폼 BM을 추가하거나 기존 플랫폼 BM을 고도화함으로써 성과를 높이고 지속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 맥킨지 분석에 의하면 디지털 기업생태계는 2050년까지 $60조(: 전 세계 기업 매출의 30% 이상)에 달하는 매출을 이룩할 텐데 아직도 기존 기업의 3% 정도만 플랫폼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Hirt, 2018). 대다수 기업이 플랫폼 BM을 도입조차 않고 있거나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는 플랫폼 상품을 생산-판매하고 있거나 충분한 규모/범위의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는 플랫폼 BM과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BM을 재정립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1990년대 이후에 급속하게 발전한 디지털 기업(예: 구글, 아마존)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의 아날로그 기업(예: GE, 버버리)도 수행할 수 있다. 미완성 상태의 제품/서비스/솔루션을 플랫폼 상품으로 생산-판매하는 식의 비즈니스는 오히려 자동차, 조선, 항공기 등 전통산업에 속한 아날로그 기업들이 오래전에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기업은 플랫폼 상품을 활용해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중개하는 식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플랫폼 경제를 발전시켰다. 아날로그 기업은 디지털 플랫폼 BM을 확대하고, 디지털 기업은 반대로 아날로그 플랫폼 BM을 확대함으로써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조업의 GE, 지멘스, 도요타, 오픈모터스, 인텔의 자회사인 모빌아이, 서비스업의 구글, 아마존, 인스타카트, 이노센티브, 조파, 농축산업의 존디어, 헬로트랙터 등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에 진출하고 있다. 아날로그 기업이든 디지털 기업이든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상품 자체의 수월성을 확보한 가운데 뒤집기, 임계점을 넘는 수요자 확보, 효과적 수익모델 개발 등의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Parker el al.(2016)은 기업이 파이프라인 BM을 플랫폼 BM으로 전환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체크포인트를 제시하였다. 내부 업무 중에서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가 가능한 것, 자사 제품/서비스를 외부 파트너에게 제공해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것, 경쟁업체들과 연결-협업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향상할 수 있는 것, 데이터 수집-연결 또는 큐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것 등이 플랫폼 BM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B2C용 완제품인 게임기(: 파이프라인 BM)를 게임 SW 개발자용 B2B 상품(: 플랫폼 BM)으로 만드는 것, 또는 B2C 상품인 가구(: 파이프라인 BM)를 DIY 킷트를 포함한 반제품(: 플랫폼 BM)으로 만드는 것 등은 생산자가 만든 가치에 다수의 외부 보완자(complementor)가 만든 가치가 추가되도록 유도하는 결과가 된다.
플랫폼 BM은 고정된 게 아니라 리더나 생태계 참여자의 역량에 따라 점점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BM으로 성장하거나 반대로 퇴보한다. Zhu & Furr(2016)는 하나의 완제품(‘product’)을 플랫폼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4단계 전략을 제시하였다. 1단계는 완제품의 사용자/소비자를 임계치 수준(예: 초기시장 형성 수준)으로 확보하고, 2단계는 완제품으로 파는 파이프라인 BM과 플랫폼 상품으로 파는 플랫폼 BM 두 가지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다. 레고 마인드스톰(Mindstorm)과 애플 앱스토어는 처음에는 모두 파이프라인 BM이었는데 외부 개발자가 이를 해킹하는 일이 생기자 (마지 못해서) 플랫폼 BM을 추가했다고 한다. 3단계는 본격적인 플랫폼 BM을 발전시키고 4단계는 플랫폼 생태계를 주도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Zhu & Furr의 제안은, 필자의 유형 분류에 의하면, 사슬형 플랫폼 BM을 원탁형 플랫폼 BM으로 전환하는 전략에 해당한다.
사슬형 플랫폼 BM은 스타트업이 처음 개발, 론칭한 서비스 플랫폼(예: 네스트의 에너지통합관리, 오픈모터스의 전기차 플랫폼)이나 대기업의 독보적 플랫폼(예: 구글의 검색엔진, 아마존의 클라우드, 엔비디아의 GPU)에 적용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일반적으로 내부 혁신보다 외부 혁신이 커질 때 사슬형 플랫폼 BM을 원탁형 플랫폼 BM으로 전환한다. 글로벌 테크기업은 사슬형 플랫폼 BM과 원탁형 플랫폼 BM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큰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은 iOS와 앱스토어, 메타는 VR/AR 플랫폼 상품인 퀘스트(Quest)와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 네이버는 클라우드와 웹툰을 각각 사슬형 및 원탁형 플랫폼 BM으로 운영하고 있는 혼합형 BM 기업이다.
필자가 제시할 플랫폼 BM의 고도화 방안은 다음과 같은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첫째, 파이프라인 BM보다는 사슬형 (플랫폼) BM이, 사슬형보다는 원탁형 (플랫폼) BM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원탁형 BM 중에서도 연결/중개보다는 거래/협업, 집적/통합 등 고수준의 원탁형 BM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 단, 비즈니스 성과는 BM보다는 상품 자체의 수월성과 임직원의 BM 실행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애플은 컴퓨터 생산-판매(: 파이프라인)에 스마트폰 OS(: 사슬형), 앱마켓(: 원탁형, 거래), 헬스케어(: 원탁형, 집적/통합) 식으로 BM을 발전시켰다. 둘째, 플랫폼 기업은 하나의 BM보다는 특성이 다른 여러 개의 BM을 운영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전통적 파이프라인 BM은 상품 자체가 가진 수월성/차별성이, 사슬형 BM은 상품이 다수 제품/서비스에 포함되도록 표준화해서 다른 기능을 연결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생산기술이, 원탁형 BM은 내/외부 역량을 연결, 통합하는 역량이 각각 경쟁력을 결정하므로 BM의 강/약점을 조합해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설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하에서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해 플랫폼 기업이 선택할 BM 고도화 방안으로 ① 사슬형 플랫폼 BM 고도화, ② 원탁형 플랫폼 BM 고도화, ③ 사슬형 플랫폼 BM에 원탁형 플랫폼 BM 추가, ④ 원탁형 플랫폼 BM에 사슬형 플랫폼 BM 추가 등 4가지의 의미와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③과 ④는 두 가지 유형 BM이 시너지를 낼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성공 여부는 BM 자체보다는 경영진의 리더십과 실행력, 지속 여부 등에 달려 있다.
플랫폼 BMI 방안 (1) 사슬형 (플랫폼) BM 고도화
사슬형 BM은 플랫폼 기업이 단일 시장을 대상으로 전통적 파이프라인 가치사슬을 통해 플랫폼 제품/서비스/솔루션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 아마존이나 세일즈포스의 클라우드 서비스(특히, PaaS), 산업용 IoT 플랫폼인 GE 프리딕스(Predix)와 Siemens 마인드스피어(Mindsphere), 자율주행 솔루션인 Mobileye(모빌아이- 인텔 자회사)나 Nvidia(엔비디아)의 ADAS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슬형 BM을 고도화한 예로 MS가 윈도우즈에 이어 오피스 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공통 기능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 플랫폼으로 판매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구글이 바둑 전용 AI인 알파고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게임을 실행하는 알파제로, 단백질 구조설계용 알파폴드(AlphaFold) 등으로 발전시킨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아날로그 기업에서 시작한 IBM은 HW 판매보다 SW/서비스 판매를 늘리다가 머신러닝을 적용한 왓슨(Watson)을 헬스케어, 법률 서비스 등으로 발전시켰다.
사슬형 BM은 위에 예시한 플랫폼 상품처럼 충분한 시장 수요나 탁월한 기능/성능이 핵심 경쟁력이므로 기술개발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전략이다. 시장 수요도 작고 상품 자체의 강점도 부족한 상품이라면, 플랫폼이 아닌 완성된 제품/서비스로 차별화, 고도화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것이다. 기술 자체는 우수하더라도 시장을 창출하지 못한 초기 플랫폼은 얼리어답터를 통해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고객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전략이다. 사슬형 BM은 기술력이나 시장지배력에서 초격차를 확보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는 효과적일는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 기업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전략이다.
사슬형 BM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플랫폼 기업은 기업 차원의 성과는 높지만, 국가/인류 차원의 경제 발전이나 사회적 책임/역할이 미흡해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사슬형 BM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기에 외부 참여자에 의한 혁신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적당한 시기에 원탁형 BM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탁형 BM은 플랫폼 기술과 플랫폼 기업을 개방형으로 만들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결-협업을 통해 경제적 & 사회적으로도 훨씬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슬형 BM을 유지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 원탁형 BM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BM 혁신이면서 조직/운영 혁신전략이 된다.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산업간 물리적 경계는 낮아지거나 소멸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서 융합 패러다임이 확산하면서 종래의 선형, 정적(static) 가치사슬은 비선형, 역동적(dynamic) 가치 네트워크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경제적 역할과 사회적 책무도 충실하게 수행하려면 사슬형 BM이든 원탁형 BM이든 플랫폼 생태계 차원에서 관리, 육성해야 한다.
플랫폼 BMI 방안 (2) 원탁형 (플랫폼) BM 고도화
원탁형 BM은 연결에서 중개로, 거래와 협업으로, 집적과 통합으로 제공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 연결형은 사용자 참여와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중개형은 효율적인 매칭 알고리즘과 신뢰 구축이 주요 성공요인이다. 거래형은 물리적/디지털 상품의 거래를 지원하며 물류 서비스와 고객 지원도 제공한다. 협업형은 상품 외에 지식/정보 등을 거래하며 복잡한 협업을 지원한다. 집적/통합형은 특정 산업이나 시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하고 집적한다. BM이 고도화되면 수익모델도 다양해지고 가치 획득 기회와 규모가 늘어난다. 가치를 전달한 대가라 할 수 있는 수익모델은 핵심역량, 제품/서비스/솔루션, 유통채널, 시장/고객 등과 함께 BM의 핵심 구성요소이다. 플랫폼 BM의 수익모델로 광고료, 중개료, 가입비, 연회비, 이용료, 수수료, 구독료, 판매수익(상품 판매, 데이터 판매, 라이선스 판매, 렌털/리스)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연결/중개 경우, 광고나 수수료를 통해 수입을 얻지만, 거래/협업 경우 상품 판매 수입이나 컨설팅 수수료 같은 보다 높은 수입을 얻게 된다. 집적/통합 경우,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나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결과가 되어 매출/이익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카카오는 친구/지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광고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얻었고, 온라인 상거래 BM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판매 수익과 거래 수수료, 구독료 등을 얻었다. 애플은 컴퓨터(: 완제품), iOS(: 사슬형 BM), 앱 마켓(: 원탁형-거래 BM) 생산-판매 식으로 사업을 고도화하였다.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 서비스), 종합몰(: 원탁형-거래 BM), 클라우드 서비스(: 사슬형 BM), 스마트 홈(: 원탁형-집적/통합 BM) 등을 거쳐 우주산업(: 사업 다각화)까지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수직/수평 통합해서 융합(신)산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원탁형-집적/통합 BM)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전자상거래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금융 서비스 등으로 BM을 고도화, 다각화하였다. 텐센트는 메시징 서비스인 위챗(WeChat)에서 게임, 결제 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AI 플랫폼 등으로 BM을 고도화, 다각화하였다.
플랫폼 BMI 방안 (3) 사슬형 (플랫폼) BM에 원탁형 (플랫폼) BM 추가
사슬형 BM에 새로운 개발자나 이용자 그룹이 참여하게 되면 양면/다면시장을 대상으로 한 원탁형 BM이 되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시도할 수 있다. GE는 자체 개발한 IIoT 플랫폼인 프리딕스(Predix)를 자사 제품의 수요자 기업에게 판매하는 사슬형 BM으로 운영하다가 외부 개발자를 끌어들여서 양면시장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반면, 지멘스는 유사한 IIoT 플랫폼인 마인드스피어를 외부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해서 처음부터 원탁형 BM으로 운영하였다. 애플은 휴대폰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단면시장용 플랫폼 제품인 iOS를 기반으로 양면시장용 플랫폼 서비스인 앱스토어를 오픈함으로써 사슬형 BM과 원탁형 BM의 시너지를 창출하였다.
아날로그 기업 중에는 원탁형 BM을 추가해서 기존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내도록 한 사례가 많다. 농기계 제조를 포함한 농업 전문회사인 존디어(John Deere)는 M&A로 확보한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DN2K, 스마트 농기계 제조회사인 블루리버 테크놀러지 등의 로봇, GPS, 빅데이터, AI 등 역량을 활용해서 정밀농업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존슨컨트롤즈(Johnson Controls)는 건물용 설비, 조명, 보안 등을 관제하는 플랫폼을 생산-판매하는 사슬형 BM에 플랫폼 BM을 추가하였다. 2012년에 상업용 건물 소유주와 운영자가 에너지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앱을 거래하는 파노픽스(Panopix)를 오픈한 것이다. 완성차 업체 다임러(Daimler)는 2014년, 모빌리티 솔루션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운송 및 주차관리 통합 플랫폼(: 원탁형-거래/협업)인 미국 기반 RideScout과 Uber와 유사한 승차공유 플랫폼(원탁형-거래/협업)인 독일 기반 MyTaxi를 인수하였다. 약국 체인 월그린(Walgreens)은 2015년, 인증된 의사와 환자를 웹 기반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보유한 MDLive와 제휴해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아날로그 기업은 연결/거래/협업용 디지털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제3자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제휴하는 식으로 원탁형 BM을 추가, 확장하고 있다.
(기술혁신보다 BM 혁신에 가까운) 원탁형 BM은 (기술혁신에 기반한) 사슬형 BM과 달리 고용과 GDP 같은 국가/인류에 대한 경제적 기여는 크지 않다. 혁신경영 컨설턴트인 그렉 사텔(Greg Satell)은 그의 저서 <Cascades>(2019)에서 전통적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에 비해 플랫폼 비즈니스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를 혁신 동력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보스턴에서 성장한 DEC, 델(Dell), 왕 테크놀러지 등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과 달리 생태계가 아닌 종래의 가치사슬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쇠망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치사슬(: 사슬형 BM)은 계층 구조의 꼭짓점에, 생태계 조직(: 원탁형 BM)은 가치 네트워크의 중앙에 power가 모인다’고 하였다.
플랫폼 BMI 방안 (4) 원탁형 (플랫폼) BM에 사슬형 (플랫폼) BM 추가
이 유형은 대부분, 디지털 기업이 자신이 구축한 플랫폼의 수요쪽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생산쪽 규모/범위의 경제를 얻으려는 전략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슬형 BM은 플랫폼 상품 자체의 차별화된 기능/성능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BM만으로는 전략 자체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 원탁형)로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픽셀(Pixel), 스마트홈 기기 네스트(Nest) 등을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제조-판매하고 있다(: 사슬형). 아마존은 종합쇼핑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성공을 토대로 전자책 리더기/서비스인 킨들(Kindle), AI 스피커 에코(Echo), 태블릿 파이어(Fire) 등 하드웨어 제품을 제조-판매하였다. 메타(구 페이스북)도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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