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역량혁신-02
(C2) ‘외부 역량 도입’ 전략
C2는 기업이 내부에 보유한 자산이나 기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거나 곤란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외부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이 외부 역량을 도입하는 목적은 비용 절감, 핵심 사업/역량에 집중, 외부의 전문화된 기술 활용, 업무 자체나 고용 탄력성 확보, 문제해결 능력 확대 등에 있다. 도입 또는 아웃소싱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구매, 조달, 임차/리스, 라이센싱, 클라우드(cloud) 서비스 이용,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그리고 최근 등장한 크라우드 소싱/펀딩 등 다양한 방안으로 실행할 수 있다.
구매와 조달은 모두 ‘도입’ 방안이라는 점은 같지만, 기업 또는 산업에 따라 의미나 실행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구매는 통상 규격이나 성능이 정해진 제품을 다수의 판매자 중에서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를 선정하는 일회성 거래이다. 따라서, 구매자와 판매자는 win-lose 관계가 되어 지속적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조달은 최종 납품될 결과물의 특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제품/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기에 판매자 수가 많지 않아서 전략적/장기적 협력을 통해 win-win 할 수 있는 계약자를 선정하게 된다.
도입 및 운영 기간이 긴 경우, 도입 비용뿐만 아니라 도입 후 폐기할 때까지 투입될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도입’ 계약에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일반 계약조건(예: 금액, 기간) 외에 구체적 계약이행 요건을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통상 작업명세서(SOW: Statement of Work)와 서비스 수준 합의(SLA: Service-level Agreement) 같은 것을 작성하게 된다. IP나 공개 SW 경우,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해 둠으로써 분쟁이나 침해 소지를 사전 예방하여야 한다.
C2 전략은 개발 대상 역량의 난이도 또는 성과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에 따라 c21. 물적 역량 도입, c22. 지적 역량 도입, c23. 인적 역량 도입, c24. 사업화 역량 도입 등의 전술로 구분한다.
(c21) ‘물적 역량 도입’ 전술
c21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장비/설비, 자재 등 물적 자산과 그것을 활용하는 기량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외부에서 확보하는 것이다. 물적 역량은 품질, 비용, 가용성 등을 고려해서 선정하게 된다. 구매/조달은 한꺼번에 큰 규모의 고정비를 지출해야 하지만, 임차, 라이센싱, 클라우드 서비스는 주기적으로 작은 경비를 지출하게 된다. 장비/설비 용량이 고정된 구매/조달과 달리 클라우드 서비스는 수요 변동에 따라 용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물적 역량은 물적 자산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량인 지적 역량이나 인적 역량과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도입-운영 계획을 수립, 실행하여야 한다.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컴퓨터와 통신망, 자동화 기기/설비, 그리고 스마트 기기/장치 등은 선도기업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자산이면서 자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자산도 된다. IT 자산은 과거에는 내부 프로세스의 효율이나 생산성 향상을 돕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디지털 혁신의 결과인 신사업 또는 신제품/서비스의 핵심 구성품이다. IT 자산은 과거에는 전문업체로부터 구매 또는 임차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각종 스마트 기기와 무선/이동 통신망이 보급됨에 따라 전 산업에서 생산공정의 디지털화, 지능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자동화는 컨베이어 벨트, 아날로그 센서, 액추에이터 등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컴퓨터 시스템과 디지털 센서, 로봇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적 자산의 도입은 디지털 신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적/인적 역량의 개발이나 도입이 수반되어야 한다.
c21에 속하는 3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구매: 구글 웨이모(HW는 볼보 차량 도입), 이케아(저가격 자재), 페덱스(항공기)
• 임차: 스카이프(통신), 우주(공유 대상 주택), 위워크(사무실), 유니온키친(주방)
• 클라우드 활용: 드롭박스(스토리지는 아마존 AWS 활용)
(c22) ‘지적 역량 도입’ 전술
c22는 제품/서비스 생산-판매에 필요한 기술(IP 포함)이나 지식/경험, 데이터, SW 등을 외부에서 유상 또는 무상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산업 시대에서 정보 시대로 이전되면서 나타난 산업경제 측면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물적 자원보다 지적 자원의 가치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적 자산의 대표 격인 특허는 기업이 때로는 공격 수단으로, 때로는 수비 수단으로 활용한다. 최근 지적 자산으로 데이터와 SW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본격 확산한 기업정보화에 이어 1990년대에는 규칙 기반 의사결정이 확대되었다. 2000년대 이후 각종 데이터가 축적되고 2010년대에 들어서서 딥러닝 기반 AI가 확산하면서 데이터/정보는 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 SW는 이제 종래의 아날로그 제품/서비스를 디지털 제품으로 전환하고 생산-판매 프로세스를 지능화하며 소비자/고객의 구매/이용 경험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필수 자산이다.
기술/IP 구매는 기술을 보유한 기관/기업으로부터 기술의 소유권을 양도받거나 실시권(license)을 구입하는 것이다. 기술 이전은 정부/공공기관이나 기업이 개발한 R&D 결과물을 대가를 받고 타 기업에 전수하는 것이다. SW 도입은 전문업체가 개발, 판매하는 상용(COTS: Commercial Off-the-Shelf) SW, 정부/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관급(GOTS: Government Off-the-Shelf) SW, 공개/오픈소스 SW 등을 도입하는 것이다. 데이터 구매는 공공 데이터를 입수하거나 데이터 판매 전문업체로부터 고객/소비자 특성이나 행태 관련 데이터를 구매하는 것이다. 개인의 일상생활, 건강기록, 금융거래 기록, 기업의 제품 생산-판매 기록 등이 수집, 축적되어 분석-가공을 거치면 그 자체가 지식/정보 상품이 된다.
c22에 속하는 3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기술/IP 구매: 경동나비엔(보일러 기술도입), 솔라스-‘특허 괴물’, 삼성전자(R&D를 통한 반도체 IP 확보)
• 기술이전: 애플(시리 from DARPA), 마일란(셈글리: 기간만료 IP 활용 제품)
• M&A, A&D: 글로벌 테크기업, 네이버, 카카오, 시스코
(c23) ‘인적 역량 도입’ 전술
c33은 기업이 생산-판매나 경영관리 및 사무/지원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인력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량을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것이다. 기업 환경이 안정적이든 가변적이든, 필요한 인적 역량을 탄력적으로 확보, 운영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첫째, 인적 자원은 다른 물적/지적 자산과 달리 쉽게 처분할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종신고용, 평생직업 같은 사회적 인식이 깔려있고 각종 제도에도 반영되어 있기에 서양에 비해 노동 유연성과 이동성이 낮은 편이다. ‘유연성’은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인력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을, ‘이동성(mobility)’은 근로자가 직장이나 직무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둘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 역량에 대한 모델링, 공급 가능한 인재 풀(pool), 그리고 수요와 공급을 탐색, 매칭하는 도구 등이 모두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적 역량을, 필요한 시기에 쉽게 도입, 활용하려면 경제적, 사회적 여건 변화와 더불어 기업 차원 또는 국가/글로벌 차원의 역량 네트워크가 구축, 운영되어야 한다. 경제적/사회적 여건 변화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노동의 이동성을 높이는 조치, 예를 들면 고용계약의 제도화와 사회적 안전망 보장, 직장과 직업에 대한 인식 변화, 정규직/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이 필요하다. ‘역량 네트워크’는 인력의 수요-공급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기술 측면에서는 인적 역량에 대한 개념적/논리적 모델링, 빅데이터 구축, AI, 메타버스 등이 고도화됨에 따라 유용한 도구로 발전해 갈 것이다.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인간 근로자를 도입,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에 반해 디지털 워커(worker) 도입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고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육체 노동은 로봇과 드론, 지식 노동은 AI와 RPA 같은 SW, 그리고 감성 노동은 버추얼 휴먼이 조금씩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이들 디지털 기술과 도구는 아직은 도입 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성과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확산이 더딘 점이 있으나 총소유비용, 생산성,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대안이 되고 있다. 인적 역량 도입은 이제 사람과 기술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의 적절한 조합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c23에 속하는 4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전문가 영입: 버버리(CDO), GE(CIO), 스티치픽스(AI 전문가), 기아차(디자인 전문가)
• 임시직 활용: 우버(운전자), 에어비앤비(‘호스트’), 인스타카트(‘쇼퍼’)
• SW 로봇: ‘버추얼 휴먼’(예: 로지, 김래아, 수아 등), 싱텔(RPA)
• 휴먼 클라우드: 아마존(‘미캐니컬 터크’), 업워크, 이랜서, 휴넷
(c24) ‘사업화 역량 도입’ 전술
c24는 기업이 개발한 기술, 제품/서비스를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산과 기량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것이다. 사업화 역량은 기술, 경영, 자금을 포함한 다양한 지식/경험과 양적,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산을 포함한다. 따라서, 기술사업화나 BM 사업화에 성공한 경험이 없는 기업이라면 외부 역량 도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공 경험이 있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사업화에 성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면 일부라도 외부 도입을 해야 할 것이다. 사업화 역량은 통상 물적/지적 자산의 구매/조달, 임차나 인재 영입, 기업 인수합병(M&A) 또는 획득개발(A&D) 등을 통해 도입하게 된다.
일회성 시험시설이라면 구매하지 않고 전문시험기관의 시설을 활용하고 양산 단계에도 필요한 장비/설비라면 단계적 확장을 전제로 초도생산에 필요한 수준은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신약 개발 경우, 사업화를 위한 임상시험, 초기 연구, 인/허가 등을 대행하는 계약연구조직(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사업화 단계에서 IP나 특정 SW 패키지를 도입해서 기능/성능을 높이거나 마케팅 전문 임원을 영입해서 더 큰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기업이 출시하려는 제품/서비스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 또는 단순히 ‘거인의 어깨’를 빌릴 수 있는 대기업의 브랜드를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도 있다. 사업화에 필요한 많은 요소가 자금이 있어야 하는 일이므로 투자(자) 유치 또는 융자도 추진해야 한다.
c24에 속하는 2가지 패턴을 식별하였다. 몇 가지 사례를 덧붙여 소개한다.
• 역량 보강: 판둬둬(텐센트 기술/제품/자금 등), 오픈도어(리모델링 업체), 컬리(물류 인프라)
• 투자 확보: 우아한형제들, 쿠팡, 루시드모터스, 베이직(크라우드 펀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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