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유:식물키우기

사장님은 왜 식물이 죽으면 노하시는가

by 김세무사
예전에 다닌 회사들의 막내 직원의 공통적인 고충은 화분키우기더라구요. 화분이 죽으면 대표님 눈빛이 바뀐다고. 왜 대표님들은 화분이 죽으면 화를 낼까요?
사업하시는 삼촌 사무실에 가보니 화분과 어항이 아주 많더라구요. 밀림인 줄.
삼촌께 화분이나 물고기가 죽으면 속상하냐고 물어보니 속상하다고 하더군요.
왜 속상하냐고 물어보니, 사업 처음 시작했을 때 직원 한 명 없고 얘들(화분 + 어항)과 덩그러니 있었는데 그때 정이 많이 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개업한다고 주변에 알렸을 때 화분을 보내주겠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너무 감사했지만 사무실이 크지 않아서 정중히 사양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직접 화분을 들고 방문해주셨고 세분은 선물 거부를 거절한다는 의미로 화분을 택배 배송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물론 다른 선물 주신 분들, 축하한다고 해주신 분들 다들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특히 화분은 생명체이기에 이왕 받은 거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는 방법은 잘 키우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택배 배송으로 온 화분은 무게 문제 때문에 화분 속에 스티로폼이 많아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래서인지 배송 온 아이들은 벌레도 꼬이더니 가슴 아프게 하루하루 시들어갔습니다. 수돗물을 상온에 며칠 놔둔 뒤 물도 줬어요. 영양제도 사서 놔줬어요. 그래도 시든 아이들은 계속 시들더라고요.


그래서 큰 맘먹고 제일 시들한 아이 두 개를 흙을 사다가 분갈이를 했습니다. 뭐 어려운 거 있겠어? 하고 분갈이를 시도했는데 화분을 엎고 나니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예전에 엄마 아빠가 분갈이하는 모습을 정말 멀지 감 찍 떨어져서 구경만 했었는데.... 그때 잘 봐 둘걸 후회했죠.


이차저차 해서 분갈이를 했는데 분갈이를 해주고 나니 이 두 개는 더 빠르게 시들더라고요?

가을인 줄.. 낙엽이 우수수.... 친구들은 키우기 쉬운 금전수를 죽게 만들었다고 오히려 신의 손이라고 놀리더라구요.


또 인터넷을 찾아보니 분갈이를 하면 식물이 새로운 흙에 뿌리내리는 게 힘들 수 있어서 더 잘 죽는다고... 분갈이가 쉬운 일이 아닌데 똥 손으로 했으니 아이들이 버텨 나기 더 힘든거겠죠...


날이 따뜻해지면서 아파트 화단에 여기저기 새싹이 올라 오더라구요. 그리고 다섯 개의 화분 중 분갈이하지 않은 화분들도 새싹도 돋아나면서 무럭무럭 잘 자라나고 있습니다. 생명이 솟아오르는 화분들을 보면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신기하지만 죽어가는 화분들을 볼 때마다 맴찢입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기술의 발달이 좋지만 역시 정성은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인이 직접 들고 온 화분 2개는 직접 고르고, 들고 오는 수고스러움, 무거움, 시간소비가 더해졌지만 그 정성 덕분인지 똥 손인 제 손 안에서도 잘 크고 있습니다. 개업을 축하하는 마음이 있으나 코로나로 인해 대면이 힘들어서 택배 배송으로 온 화분 3개는 누구보다 빠르게 왔지만, 택배 배송의 시스템 상 트럭 안에서 시간을 보냈고, 깨지지 않기 위해 갑갑한 상자에 감싸 졌고,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먼길을 달려와서 지쳤는지 오자마자 시들시들 해졌고, 그중 화분 2개는 분갈이하다가 제 손에 사망했죠. 나머지 화분 1개는 아직 숨은 붙어 있지만 많이 아파 보여요. 정말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제 손안에 들어온 방법(직접 방문, 택배 배송)에 따라 화분 생명력이 나눠지는 걸 보니 이 두 차이는 정성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잘 키우지 못한 제 탓이 99%입니다. 정성보다 독한게 화분 죽이는 제 손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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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두 개는 쑥쑥 잘 자라는데 오른쪽은... 하... 맨 오른쪽 화분은 두 개를 하나로 합쳤는데 한줄기만 남았어요... 미안하다..


저도 이렇게 화분들과 정을 쌓고 있습니다. 저도 나중에는 화분을 잘 관리 못하는 직원을 나무라는 사장이 될까요? 이 글을 쓰면서 다짐합니다. 화분은 더 놓지 않으리. 그리고 지금 사진에 있는 아이들은 내가 직접 키우며 물을 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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