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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May 28. 2021

일상다반사

그래도 오늘은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을 맴돌던 무수히 많은 생각과 감정과 감각의 포말들이 무엇인지. 무료함과 우울함, 무엇을 쫓아 이토록 고민하는지. 이 모든 것들을 표현해 줄 문장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다가 결국 침대에 누워 딱딱해진 목을 베개에 올렸다. 의사가 반대로 휘어져 있다고 한 거북목이 잠시 편해지는 듯하다가 곧 다시 통증이 온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그냥 거북이로 태어날 걸 그랬어, 그래서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바다인가. 하며 매일 하는 쓸데없는 불만도 굳이 한번 해본다.


혹시 몰라 다시 한번 책상에 앉아 본다. 나는 세계 제일의 문장가다, 하며 스스로를 3번 정도 속인다. 최대한 그럴듯한 생각을 떠올리며 문장을 끄적여본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목의 통증이 목의 뒤를 타고 머리로 옮겨온다. 그 순간 내 얕은 샘에도 파도가 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고의 절반이 샘의 깊이에 도달한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결국 화면을 닫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바다에도 도달하지 못했고, 그 모든 것들을 표현해 줄 문장도 떠올리지 못했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평소와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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