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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Sep 28. 2021

Tushman

내가 중학생 때 만났던 친구 중 한 명은 항상 머리카락이 귀를 덮고 있었고, 학교를 벗어나면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다. 친해지며 자주 보다 보니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고, 굳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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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의 귀는 모양이 달랐다. 두 귀가 크고 작고가 아닌, 양쪽의 귀가 다르게 생겼었다. 김원영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늘의 불운’에 걸려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존재인 ‘장애인,’ ‘정신병자’ 등의 단어조차 욕의 의미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세상에서, 그 친구에게는 엄청난 콤플렉스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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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 작가의 말대로, ‘하늘의 불운’에 걸려든 사람들은 모조리 착하게 살아야 했다. 나는 이 말에 너무나 공감한다. 그것들은 모조리 개인의 사정으로 받아들여졌고, 생존 수단들은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관용에서 엇나가는 순간 돌아오는 것은 철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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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원더에서, 특히 초반에 교장 선생님이 남다른 외모를 가진 어기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투쉬만(Tushman)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이름 때문에 자신이 놀림 받았던 우스운 별명들을 즐겁게 말해준다. ‘하늘의 불운이든 아니든, 작은 흠집 하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Tushman이라는 단면.

원래 자기 아픈 게 가장 아픈 법이라지만, 존중은 양방 모두에게 책임을 지우기 때문에 고귀한 것이고, 세상엔 개인적인 욕망조차 희망이 되고 연민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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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나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라는 말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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