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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Oct 20. 2021

선물

2020.01.12

살면서 선물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생일 때 케이크 몇 번 받아본 것이 전부인 것 같다. 요즘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잘 되어있어서, 생일만 지나면 온갖 종류의 커피와 치킨 등이 쌓인다. 선물이라는 건 그냥 생일의 형식 같은 느낌이었다.


재작년에 차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나는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해지면, 향이 좋은 차를 마셔.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커피는 좀 내 취향이 아니더라고. 너 요즘 좀 다운되어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너도 한번 마셔보라고. 너도 나처럼 차 마시고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때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평소에 차를 잘 마시지도 않았고, 기숙사에 살 때여서 너무 귀찮았다. 다음에 마셔봐야지, 다음에 마셔봐야지 하다가 결국 한 번도 마신 적이 없었다. 교환학생을 위해 짐을 모두 부산 집으로 옮기면서, 존재에 대해서도 까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문득 갑자기 그 차가 생각났다. 어제 친구에게 영화 관람권을 하나 보내주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꼭 가서 보라고. 나의 속마음은 이랬다.

‘나는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해지면, 보고 싶은 영화를 봐.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드라마는 좀 내 취향이 아니더라고. 너 요즘 좀 다운되어 있는 것 같더라. 그래서 너도 한번 가서 보라고. 너도 나처럼 영화 보고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몸이 좋지 않거나, 특히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극복하기도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한 모습이 보여졌을 때, 반응이 오는 사람들이 몇 있다. 장문으로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전달해줬던 사람도 있었고, 밥이나 먹자며 맛있는 것을 사준다는 사람도 있었고, 차를 선물해준 사람도 있었다. 모두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은, 자기가 아는 가장 좋은 것들을 해주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너가 나아질 수 있을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꼭 너가 나아졌으면 좋겠다.’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보다도 그 사람들의 반응에 포함된 마음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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