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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Oct 29. 2021

진절머리

신발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발은 유리 조각과 날카로운 돌이 수없이 박혀 더 이상 통증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발을 보며 동정을 했다.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고, 불쌍하다는 말을 해댔지만, 누구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의 책임 없는 연민에 지쳐버렸고, 그냥 자신의 발을 잘라버렸다. 어차피 그는 이제 어디론가 갈 생각도 없었다.


그가 발을 자르자, 사람들은 그에게 더한 동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에게 적선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에게는 신발을 살 돈이 생겼지만, 신발을 신을 발이 없게 되었다. 그는 누구에게도 그런 연민을 바라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제 신발조차  돈도 없어 발이 망가진 이와 돈은 있지만 신발을 신을 발이 없는   누가  불쌍한가를 따지기 시작했다.


 시점에서 남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목을 자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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