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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kbo Nov 06. 2021

물결

2020.09.29

나는 요즘 12시간씩 잠을 자고, 4시간씩 책과 영화를 보며, 2시간씩 산책을 해. 생일도 아닌데 축하한다는 연락에 답하느라 바빴고,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의미 없고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불안해하지 않지. 오늘따라 돌다리 사이로 쫄쫄 흐르는 물을 귀여워했고, 잠깐 모래사장에 남긴 발자국을 그리워하며 기분이 좋아졌어. 일주일에 한 번 하던 빨래는 두 번씩 하고, 한동안 꺼내지 않았던 캔들에도 매일매일 불을 붙여. 길을 걷다가 괜히 달과 꽃의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며,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겠다고 다짐을 하지.


목욕 후에 바나나 우유만 있어도 행복한 하루였고, 단편의 짧은 문장과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행복해지기를. 찰랑찰랑 춤을 추는 작은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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