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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바다를 좋아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바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 더 솔직히 말하면 싫어하는 것 같았어. 청량하고 맑은 분위기,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짠 내, 시원한 파도 소리와 신난 사람들, 그리고 ‘여름이었다’ 어쩌구. 나는 아마 심술이 나서 죽어버리고 말았을 거야. 나는 한동안 바다에 간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2017년이었나, 겨울에 바다를 간 적이 있어. 그냥 사람들이랑 놀러 간 거였는데, 우연히 근처에 바다가 있었어. 밤늦게 산책을 나와서 오랜만에 혼자 바다를 걷는데, 걸을 수가 없더라. 그냥 가만히 서 있었어. 고요한 풍경에 아스라이 퍼지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와 나에게 말을 걸듯 계속 다가오는 물결, 쌀쌀한 바람에 아려오는 얼굴. 쓸쓸하고 고독하지만, 외롭지가 않았어. 어릴 적 좋아했던 적당히 거리가 있는 햇볕의 온기처럼. 따뜻하지 않아도 다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해서, 바다에 안겨 우울을 음미하고 곱씹고 삼켰지. 겨울 바다와 우울과 환상. 나는 그런 바다에 빠졌어. 겨울이 끝나 봄의 생기가 나를 끌어올리는 것이 싫어질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