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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조 Mar 14. 2018

카톡과 유튜브

가짜뉴스

 작년 이맘때 가짜뉴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즈음해서 너무 많은 가짜뉴스(Fake News)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나름 정성을 들여 4차례에 걸쳐 쓴 글이었다. 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짜뉴스들이 돌아다니는 가장 큰 원인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보거나 듣고 싶다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심 탓이다. 그리고 그런 욕심은 자신의 믿음을 주위에 알리겠다는 욕망으로 변질되기 쉽다.


 예전의 카더라 통신과는 달리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각종 가짜뉴스의 발원지는 카톡과 유튜브다. 언젠가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노약자 석의 우아한 옷차림의 할머니가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고 있기에 무얼 보시나 하는 호기심이 일어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노안에 최적화한 듯한 화면은 큰 글씨로 채워져 있어서 커닝으로도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할머니의 점잖은 모습과는 달리 내용은 살벌했다. 문재인은 빨갱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적화통일 된다는 등의 섬뜩한 내용이 큰 글씨로 화면을 꽉 채운 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지난 2일 세종 시에서 있었던 모임 후에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대전에서 고속버스를 탔다. 고속버스라고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기다렸다가 다음 기차를 타느니만 못했으나 장점도 있었다. 우등고속이라서 좌석이 편했고 커다란 TV가 버스 앞 한가운데에 자리했다. 저녁 8시가 되자 운전기사가 JTBC 뉴스룸을 틀었다. 어차피 집에 있어도 보는 것이라 뉴스에 집중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유튜브에 돌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선전부장 김영철에게 대통령이 머리를 깊숙이 조아려 공손하게 인사하며 악수하는 장면이었다. 결론은 김영철에게 인사하는 사람의 얼굴에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사진으로 명백한 가짜였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미웠으면 그런 가짜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시킬까 하는 측은지심이 없지 않았으나,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사기를 쳐서라도 사실을 왜곡시키려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였다.


 지난달의 일이다. 나보다 1년 먼저 여수에 정착하여 사는 카페회원 한 분이 혼자 사는 내가 측은했는지 맛있는 것으로 몸보신을 시켜주겠다며 방문하셨다. 식사 후 미국에서의 경험과 한국생활을 소재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그분이 최근에 미국에 계시는 분으로부터 받은 카카오톡을 보여주며 아무리 현 정부를 지지하지만 이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교회에서 알게 된 노인이 보냈다는 카톡은 유튜브가 링크되어 있었고 유튜브 내용은 국회에서 벌어진 대정부 질의였다. 질문자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고 답변자는 이낙연 국무총리로, 질의내용은 2016년 4월 집단 탈출한 중국 저장성 북한식당 여성 종업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이냐는 질의였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했다. 민경욱 의원의 질문에 총리는 ‘에~~’, ‘어~~’하면서 더듬거리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고 민 의원은 계속 추궁했다. 그 장면만 보면 정부에서는 그 여성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냄으로서 남북대화를 끌어내려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분이 돌아가고 나서 그 이상한 내용의 유튜브를 인터넷으로 알아보았다. 역시 가짜뉴스였다. 민경욱 의원과 이낙연 총리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동영상만큼 편집하기 쉬운 것은 없다. 질문자를 보여주고 화면이 바뀔 때, 난처한 다른 질문으로 더듬는 총리의 모습으로 짜깁기한 것은 아주 쉬운 편집이다. 그 젊은 여성들은 현재 대학생으로 한국에서 아주 잘 살고 있다. 현 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대화를 폄훼하려는 악마의 편집이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역사적인 그 순간을 리얼타임으로 보려고 30분 동안 TV앞을 떠나지 못했다. 2011년과 2012년 그가 대통령이었던 한국에 살면서 이런 사람이 처벌되지 않으면 한국인들은 앞으로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그가 저지른 범죄는 최악이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DAS와 BBK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훨씬 죄질이 나빴다. 물론 팟캐스트에서 얻은 뉴스에 근거한 내가 틀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오늘 보았던 어느 분이 보내온 카톡의 자칭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자축 동영상'은 한눈에도 악의적으로 편집된 가짜뉴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2015년 민중총궐기 투쟁의 장면이 여럿 보였다. 백남기 농민은 MB와는 관련이 없는 사건이다. MB를 실제 이상의 나쁜 사람으로 보이도록 아무 상관도 없는 잔인한 장면을 짜깁기한 같은 종류의 악마의 편집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가짜뉴스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가리지 않는다. 가짜뉴스는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고 싶다는 인간 본연의 약점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범죄행위로 다스려야 한다. 독일 등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법으로 처벌하고 있으니, 미국이나 한국도 조만간에 법 제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가짜뉴스를 이용해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도 있지 않은가.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는 정말 유용한 툴이다. 카톡으로 미국에 사는 아이들과 통화도 하고 급한 연락을 하며 혼자 사는 나는 유튜브를 보며 국도 끓이고 찌개도 만든다. 이처럼 좋은 도구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 사용되는 것은, 요리사에게 칼은 훌륭한 도구이지만 살인자에게는 흉기가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 제발 부탁드린다. 자신이 좋아하고 믿고 싶은 내용이라는 이유로 아무 근거도 없이 떠도는 유튜브를 카톡으로 퍼 나르지 마시라.


 그것은 자신이 흡연한다고 다른 사람도 담배연기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마약중독자가 다른 사람을 중독자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추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신의 사상을 무조건 강요하는 북한의 김일성 집단과 무엇이 다를까?


- 2018년 3월 14일 듀크 생각 -

여수 소호동 안심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여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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