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편 - 비밀은 없어

by 덕후감

비밀은 없어


연출 : 장지연 / 극본 : 최경선
출연 : 고경표, 강한나, 주종혁, 신정근, 강애심, 황성빈, 이진혁, 고규필, 백주희, 김새벽, 이봄소리, 이민구, 파트리샤, 박재준, 김영주, 홍서준 등

2024년에 방송했을 당시 처음 본 ‘비밀은 없어’는, 2025년이 되어 다시 재주행하게 만든 드라마다.


처음엔 강한나와 고경표의 조합이 흥미로워 가볍게 보기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큰 감동과 여운을 안겨줬다.

비밀은 없어’는 거짓말을 하며 살아온 아나운서 송기백이, 예능작가 온우주를 만나게 되며 갑작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이후의 이야기를 담는다.


진실을 말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민낯과 상처들, 그리고 그 안에서 싹트는 관계와 변화는 단순한 코믹 멜로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준다.

첫 번째 감상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기 위해선 솔직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왔다.


기백과 우주가 서로에게 솔직해졌기에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이어질 수 있었듯이, 관계란 결국 진실 위에서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걸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두 번째 감상에서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졌다.


그 메시지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너 자체로도 충분해. 그러니 겁먹지 말고 솔직해질 용기를 내. 그리고 그런 너 자신을 사랑해줘."

이 마음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은 마지막 회, 구원이의 초등학교 학예회 연극이었다.


갈기가 없어 놀림받을까 두려워하던 사자에게, 토끼가 건넨 한 마디.


"넌 갈기가 없어도 충분히 멋진 사자가 될 수 있어."


그 순간, 기백과 우주의 장면이 오버랩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기백처럼 나도 내가 불완전하다고 느껴왔고, 누군가가 나를 다 알게 되면 멀어질 거라 믿으며 숨어왔던 날들이 있었다.


기백에겐 우주가 있었지만, 내게는 이 드라마 ‘비밀은 없어’가 우주처럼 다가왔다.


작은 위로가 때로는 전부가 되듯,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우주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떠올리게 했다.

보잘것없는 돌멩이처럼 느껴졌던 나 자신도, 어떤 쓰임을 만나면 소중한 반려 돌이 되고, 화분을 지탱해주는 받침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쓰임은 타인이 아닌 내가 정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나다움을 지켜낼 때, 나는 비로소 누군가와 진실하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감상시는 '비밀은 없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학예회 장면을 차용하여 적어보았습니다.)


[감상시]


너는 너야

사자는 갈기를 잃고,
토끼는 숨겨야 했다.

사자는 숨어서 울고,
토끼는 사자를 봤다.

사자는 두려워 했고,
토끼는 갈기를 건넸다.

"갈기가 없어도 괜찮아.
그래도 넌 멋진 사자야."

용기를 얻은 사자는,
토끼의 마음을 보았다.

"착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넌 귀여우니까."

토끼는 웃으며 바라봤다.
사자도 토끼를 바라봤다.

"웃지 않아도, 웃어도,
숨겨도, 아니어도 좋아."

사자가 토끼에게 말했다.
토끼는 "왜?"라고 물었다.

"너는 너 자체로 예쁘니까.
네가 너라서 다 괜찮아."

토끼는 사자를 바라봤다.
사자는 미소를 지어줬다.

"거짓말을 해도, 안 해도
너는 나의 멋진 사자야."

토끼와 사자는 깨달았다.
어떤 모습이어도 좋다고.

나를 보인 건 누구보다도
잘한 일이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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