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볼 때가 되니, 나도 모르게 딴 짓을 할 때가 있다. 오히려 시험을 보는 주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덕질로 한 일이 꽤 있었다.
생긴 건 그렇게 예쁘지 않지만, 고구마 티라미수 케이크다.
처음에는 고구마로 에너지볼을 가족들의 간식 겸으로 만들어뒀었다. 누구도 손을 대지 않는 바람에 티라미수 위에 올리기로 생각했다.
이 고구마 티라미수 케이크의 층은 총 3층으로 되어있다.
1층인 맨 아래 층은 그릭 요거트 위에 커피에 적신 에이스를 한 겹 올렸다. 2층에는 그릭요거트와 고구마 볼을 으깨어 올렸고, 그 위에 커피에 적신 에이스도 같이 올렸다. 맨 위층에는 저당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그 위에 고구마볼을 으깨어 올린 후에 계피가루를 뿌리려다가 부어버리게 되면서 모양이 망가졌다.
커피는 카페인을 잘 섭취하지 못 하는 관계로 디카페인 커피를 사용했다.
고구마 볼에는 소금, 꿀을 넣지 않고, 그래놀라와 견과류, 블루베리만 넣어 으깬 고구마와 잘 섞어주고 비닐 장갑을 낀 손으로 뭉쳐서 만든 간단한 간식이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층이 달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모든 층이 잘 어우러졌다. 계피가루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그릭요거트들이 커피의 쓴맛을 중화하며 상큼하게 덮어주더니, 고구마볼의 적당한 본연의 맛이 살아나며 모든 게 하나로 모여드는 것 같았다.
차갑게 먹고 싶은 마음에 2시간 정도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꺼냈더니 살얼음이 살짝 생긴 정도여서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
강의를 다 듣고, 다시 들으며 소리없이 메모만 하고 있을 때, 심심해진 나는 오디오북을 들을까 하고 도서관 홈페이지에 로그인 했다. 도서관 홈페이지의 전자도서관에서 오디오북과 전자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오디오북들 중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대출하여 듣기 시작했고, 강의에 대한 메모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양쪽 모두에 집중하고 있었다.
몸은 강의 내용을 메모하면서도, 마음은 캐릭터들의 상황과 관계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외면 당하고 살다가 유령이 되어버린 에릭은 안타깝고, 크리스틴은 라울과 에릭 사이에서 고통을 받게 된 게 안타까우면서도 에릭에 대해 마음이 움직인 건 공감이 됐다. 필립도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데, 라울이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라울이 금쪽이가 되어버린 건 필립의 영향이 컸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도서관의 홈페이지에서 운영되는 전자도서관의 오디오 북은 윌라나 밀리의 서재와 같은 곳들보다 읽을 수 있는 도서의 량은 적지만, 읽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언제든 신청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산책 겸 걷다가 스타벅스에 들리게 된 나는 케일 클렌즈 주스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다. 파인애플이 들어가서인지 쓰지는 않았고 적당히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먹기 좋았다. 그 이후로 감명 받은 나는 나만의 건강주스를 만들어 먹기로 결심했다.
재료는 자몽 반 개, 삶거나 데친 양배추 3~4장, 파프리카 반 개, 당근 1/4개, 깻잎 1장(선택) 정도다.
모두 넣고, 믹서기에 갈아버리면 완성이다.
단 걸 넣지 않아 맛은 확실히 없었다. 단 맛을 원한다면 꿀을 넣거나 사과나 바나나를 넣으면 될 것 같다.
케일주스와 자몽주스 모두 효과가 좋았고, 다만 속이 편하고 싶다면 케일주스는 먹기 전에 위장 보호제를 먹고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결은 푸석푸석해서 다들 내 머리카락만 보면 트리트먼트를 발라라, 왜 헤어팩 안 하냐, 에센스라도 발라라 라고 늘 그랬다.
안 하는 이유는 그걸 바른 날이면 더 빨리 유분이 생기고, 두피가 가려워지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이런 말들을 더는 듣기 싫어서 나만의 루틴을 찾아가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두피 브러쉬, 헤어 스크럽, 스칼프 샴푸, 스칼프 헤어토닉 등등 찾다가 이번에 안착하게 되며 머리카락과 두피가 꽤 좋아진 내 두피와 머리카락에 대한 애정으로 찾은 방법이 있다.
머리를 감기 전에 머리에 헤어토닉을 뿌려주고, 약 20분간 머리를 빗으로 빗어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두피에 있던 노폐물들이 나오기도 하고, 머리카락의 엉킴이 덜해진다.
머리를 감을 때에는 두피를 마사지 하며 감고, 오래 헹군 뒤에 머리를 짜기 보다는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꾹꾹 눌러 물기를 수건이 흡수하게 했다. 비틀어 짜면 머리카락의 단백질 층이 손상된다고 들어서 수건으로 감싸고 꾹꾹 누르게 됐는데, 오히려 머리가 빨리 말라서 좋았다.
드라이기로 말리기 전에 두피에 헤어 토닉을 한 번 더 뿌려서 마사지 해주고 드라이기로 말린다. 말릴 때, 탈탈 털며 말리기보다는 머리카락을 들어올렸다가 살살 놔주는 식으로 하면서 머리 손상을 최소화하며 말렸다.
이때, 헤어 토닉을 또 뿌리는 이유는 뿌려야 머리가 금방 마르기 때문이다. 머리를 말리는 시간을 줄여야 열감에 노출되는 머리의 손상도 또한 줄어드니까 줄이는 게 가급적이면 좋았다.
말릴 때, 완전히 바싹 말리는 게 아닌, 80~90% 정도로 말려서 약간 머리에 촉촉한 감이 있게 해야 머릿결이 푸석해지지 않아 좋았다.
마무리로 빗에 헤어미스트를 뿌리고 빗질을 해주면 끝난다. 나는 외출할 때면 헤어 에센스까지 바르긴 하지만, 그것도 귀찮아서 자주 안 하긴 했다.
시험 보는 주인데, 이래저래 몸과 머리를 챙기고, 먹을 것도 챙기면서 이왕이면 즐겁게 헤쳐나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