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편 - Nerves

by 덕후감

제목 : Nerves
가수 : DPR IAN

DPR IANNerves 뮤직비디오를 보며, 나는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뮤직비디오 속 그는 과거의 자신을 캠코더처럼 비추고, 현재의 자신은 외부에 노출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대비는 단순한 회상이 아닌, 되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고, 덜 상처받았고, 더 순수했는지도 모른다.

뮤직비디오 초반과 중간에 등장하는 ‘’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피가 묻은 눈은 마치 빠져버린 듯 보이며, 더는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는 상처를 상징한다.


시야의 축소, 자아의 파괴.
그럼에도 그는 하얗게 변한 눈을 계속해서 빛으로 비춘다.


말은 없지만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외침.
"내 아픔을 알아봐 줘."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십자가는 종교적 상징을 넘어서, 그가 견뎌온 고통과 희생, 그리고 무너져버린 ‘이전의 자아’를 암시하는 메타포처럼 느껴졌다. 붉게 빛나는 그 십자가는, 마치 타오르듯 강렬하다.

시간은 흐르고, 그는 터널 속에 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무언가를 던지며 몸부림친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자신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말미에 등장하는 그림 속엔 덧칠되어 번진 눈이 있다. 그 눈은 감시, 통제 같기도 하고, 시선의 폭력 같기도 하다.


덧칠되어 흐릿해진 그림 속 눈에서 화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날 보지 마... 그냥, 날 내버려 둬."


더는 설명할 수 없는 상처이자,
끝없이 이어지는 자기 검열에 지쳐버린 자아 같았다.

이안은 이 곡을
"모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노래"라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노래를 듣고,
단지 DPR IAN이라는 아티스트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받은 ‘나 자신’을 보았다.

그는 부서졌지만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심장을 두드리는 예술가가 되었다.

그의 외침은 곧 내 마음에 메아리쳤다.
"나를 봐줘. 나 여기 있어.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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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장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초반부였다.

철로가 그려진 그림 위에 한 손이 뻗어 있다.
그림은 명확하게 빛과 어둠으로 나뉘어 있고, 손은 그 경계에 걸쳐 있다.
손등에는 꽃이 새겨진 타투가 있고, 중심에는 눈처럼 보이는 형상이 있다.

철로 위의 손은 마치 "살고 싶다"는 듯,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이미 밝음과 어둠으로 나뉘어 있고, 이를 통해 한쪽의 시야가 어두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손등의 꽃 타투는 처음엔 아름다워 보였지만
그 중심에 있는 ‘’을 알아본 순간, 그 시선은 낯설고 두려운 괴물의 존재가 되어있다.

그 옆에 선 구조물은 가로등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십자가’다.
고통과 희생, 그리고 그가 지나야 할 길의 형상처럼.

뻗었던 손은 점점 힘을 잃고, 결국 눈을 가린다.
살려달라는 외침이 작아지는 듯 했고,

차라리 보지 않겠다며 눈을 가렸다.
고통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눈을 감은 것이다.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싸던 손에서
갈색 약병이 툭 떨어진다.
자신을 고쳐줄 수 있으리라 믿었던 희망이
조용히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 같다.

그 직후, 눈이 빠져나온 장면이 나오고
좌우 반전된 텍스트로 제목이 나타난다.
완전히 왜곡되고 뒤틀려버린 그것은 마지막 외침처럼 들린다.


"날 알아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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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이 조금 넘는 짧은 뮤직비디오 속에서
화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자신의 고통을 ‘알아봐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그 뮤직비디오를 처음 본 순간,
그의 외침을 들었고, 다시 보고 또 볼수록
그가 외쳤던 모든 순간들을 하나씩, 조용히 찾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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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시]

부서진 돌멩이

돌이 이리저리 치이고
구르면서 조각이 났다

깨진 돌을 마주 대봐도
하나가 될 수는 없었다

붙이려고 노력을 해도,
자꾸만 떨어져 나갔다

깨진 돌을 같이 놓아도
멀어지며 부서져 갔다

돌조각들이 발에 차여
이리저리 흩어져 갔다

남은 돌 반쪽을 들어서
흐르는 물줄기에 댔다

물에 조금 깎여 나가도
깨끗하게 닦여 빛 난다

부서진 돌멩이 반쪽은
부서져도 돌멩이 하나

모습은 조금 달라져도
여전히 너는 돌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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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메모

내 순수했던 자아 하나가 파괴됐지만,
미토라는 자아가 태어나며 그 자리는 채워졌고,
결국 ‘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어.

— 감상 후, IAN의 뮤직비디오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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