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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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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Jul 09. 2023

2화 - 힘든 덕질은 덕질이 아니다

첫 덕질이 행복했다면, 두 번째 덕질은 더 행복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그건 아마도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나의 두 번째 덕질은 꽤나 쉽지 않았다.


동방신기(東方神起, TVXQ!),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라는 뜻을 지닌 다섯 멤버들의 데뷔곡인 Hug 뮤직비디오를 봤던 게 첫 덕질로부터 몇 개월 뒤였을 것이다.


이건 이불 위에 앉은 채로 가만히 바라봤다. 이름은 네 글자에, 예명도 네 글자, 노래 제목은 영어, 침대가 되고 싶다는 이상한 내용의 가사.


이제 여섯 살이 된 내가 이별 노래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걸 전부 다 갖추고 있었다. 그래도 고개를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밝고 따뜻한 멜로디와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목소리가 포근해서였다. 그게 마음에 들어서 고개를 흔들다가 마주친 화면 속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다 신기할 정도로 예뻤다. 아마 그 얼굴에 반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이후의 기억에서 그 뒤에 이어질 내 모습을 도무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그때의 나조차 잊어버렸던 게 아닐까 싶다. 그 후의 활동 성적이 좋지 않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부분을 건너뛰고 다시 떠올린 기억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였다. 초등학교 1학년, 여덟 살이 된 해에 O -正.反.合(오 -정. 반. 합)의 타이틀곡 같았던 수록곡이 인기였다. 풍선은 노래부터 동물 머리띠, 그 머리띠의 동물을 연상케 하는 옷, 장갑까지 신기했다. 엄청 커 보이는 사람들이 예쁘게 생긴 걸로도 모자라 그게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두 번째 덕질을 하게 되었다.


미로틱부터 쭉쭉 잘 되던 동방신기를 따라 어느덧 자라나 가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섯 명이던 멤버들이 소속사의 불공정한 계약 때문에 둘, 셋으로 나뉘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활동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동방신기에 남아 활동을 이어나갔고, 박유천과 김재중, 김준수는 JYJ라는 팀을 새로 꾸리게 되었다. 더는 다섯 명의 동방신기가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 눈물 나게 슬펐다.


동방신기(최강창민, 유노윤호) 동방신기의 새 앨범 사진,    출처 :  SM엔터테인먼트
JYJ(김준수/XIA, 김재중, 박유천)                                           출처 : tvN 방송 화면, 티브이데일리 기사 사진


슬픔도 잠시,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방신기와 JYJ의 노래 모두를 들었다. 둘 다 좋았고 좋아해 왔기 때문이다.


양쪽의 노래를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무대를 보며 혼자서 조용히 좋아해 왔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작은 잡음들은 외면하고 모른 척하면 조용히 넘어가거나 넘길 수가 있었지만 범죄 관련으로 뉴스에 대문짝만 하게 나오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미 저질러진 거, 나도 이 사람들 덕질은 이제 그만두겠다고 질러버렸다. 사실 질릴 대로 질리고 지쳐서 좋아하는 걸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실망 같다. 좋아해 왔던 그 사람이 내가 봐온 모습과 전혀 다른 행실을 한 거에 대한 실망감 같았다.


꽤 오래 지속되었던 유흥업소, 네 번의 고소에 나는 좋아한 게 후회가 되었다. 허무하기도 했고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감정들에 휩싸이며 이불 속에 들어가 소리 없이 엉엉 울기도 했다.


그 사람의 노래와 사진 모두를 지웠고 더는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뉴스에 얼굴이 나오는 걸 보자마자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다.


나중에는 무혐의라는 결과를 들어도 불신하게 될 정도로 싫어했다. 이미 되돌릴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처럼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저 둘은 더욱 안 그럴 것 같다고 믿었었다. 그렇게 믿어온 도끼에 발등이 찍히게 된 건 코로나로 온 세상이 마스크를 쓰고 죽지 않기 위해 바이러스와 온 힘을 다 해서 싸우던 때였다.


정말 지금껏 열정적이게 잘해왔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오만이었던 걸까? 그 사람이 뉴스에 나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였을 때,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제한을 뒀었는데 그걸 어기고 만 것이다. 다른 한 사람마저 그러지 않은 게 다행이면서도 이미 지칠 수밖에 없는 외부적 상황 탓에 참기가 힘들어서 덕질을 그만두게 되었다.


누가 뉴스에 떴다. 돈과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보자마자 자동으로 한숨이 나왔다.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신경을 껐다. 나중에는 엄마가 보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보고 웃었다. 좋아서 웃은 건 아니었다.


그와는 다르게 진짜 유부남이 되어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게 된 분의 소식은 지인이 알려줘서 듣게 되었다. 유일하게 고맙고, 미안했던 사람이기에 그 소식이 반가웠고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팬을 다 그만두고 나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면, 언급도 없이 지나가버린 그 사람이 음주운전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그래도 넘어가주는 분위기였어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사실 그동안은 그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 채로 지나치듯 살았는데 다른 덕질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콘서트 한다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그냥 관심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이름을 처음 봤을 때처럼 이상한 덕질이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힘들고 매웠다. 얼마나 매웠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속이 쓰릴 정도다.


지금 하고 있는 그 덕질이 고된 덕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 때 도망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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