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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Feb 20. 2022

사소하고 소소한 기쁨들-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틀 전 일이다.


15일을 쉬고 2월 들어 첫 출근을 했던 날이다. 본래 한참을 쉬다가 출근을 하면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다. 내 자리 정리부터 눈에 거슬리는 것들_말 그대로 자질구레한 것들_을 정리한다. 그리고 하루 업무를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체크한다. 몇 년간 하던 일이니 어려운 건 없다.


뭐- 아무튼.


그럼에도 오랜만에 한 출근은 나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한참을 놀린 몸이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몸의 적응력도 회복력도 느려져서 라는 이유가 더 정확할 것 같다.


뭐- 아무튼.


점심시간이 갓 지난 오후 즈음이었나. 손님 한 분이 6만 원이 넘는 금액의 상품을 구입했고 나는 그 손님을 응대했다. 궁금한 점들을 이것저것 물어보기에 하나하나 대답까지 해주면서 응대를 하다 보니 결제하는 걸 잊어버렸다. 무려 6만 원이 넘는 금액을...... 더 놀라운 점은 그러고도 한동안 그 사실을 몰랐다는 거다.


뭐- 아무튼.


내가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 체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있을 때 그 손님이 다시 나타나더니 결제 영수증을 달라고 말했고, 그제야 결제가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 나는 저 먼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는 정신줄을 다시 끌어다 붙잡으면서 결제를 하지 않으셨으니 결제를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손님은 자신이 결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선뜻 인정하며 흔쾌히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뭐- 아무튼.


그 손님은 떠나고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6만 원이 넘는 금액의 상품을 판매하고 결제를 하지 않은 건 순전히 나의 실수이고 잘못이었다. 그러니 그 손님이 상품을 가지고 그냥 가버렸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시 나타나서 자신의 실수인양 흔쾌히 결제를 하고 떠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6만 원이 넘는 금액이 적은 금액은 아니니 그 손님도 결제가 되지 않았음을 알았을 것이고, 양심상 그냥 가기는 힘들었을 거고, 상품을 판매한 직원, 그러니까 내가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배려도 있었을 거라는 그런 생각.


무엇보다도 다시 나타나서 결제 영수증을 찾는 척하며 불쾌해하지 않고 흔쾌히 결제를 한 그의 행동에서 내 탓을 하지 않았다는 그런 생각.


그래서 괜히 웃음이 났다.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양심 있고 배려있는 행동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 손님도 갈팡질팡했을 마음이 있었을 거라는 것도 짐작이 간다.


그럼에도 양심을 져버리지 않고 당황하고 있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상처받지 않을 말들을 하나하나 골랐을 그 용기의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해서-


역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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