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가방을 끌고 지하철을 환승해 가며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간다. 그런 나의 고생이 무색하게 피카딜리 라인 지하철이 공항으로 가던 중에 전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서 버렸다. 그러고는 더 이상은 가지 못하니 내리라고, 공항으로 가는 승객들을 쫓아냈다.
열심히 음악을 들으며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있던 나는 정신없이 지하철을 벗어나는 사람들을 따라서 내린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승객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들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는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소외감이 든다. 나는 왜 평소에 영어공부를 안 했을까? 쫓겨나듯 지하철 역을 나오니 한꺼번에 몰린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서두른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 찰나의 순간 도와주겠다는 청년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캬, 10년 전의 그 느낌이 살아난다.
공항을 가기 위한 버스는 만석에다 지하철로 또 갈아타야 해서 또다시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렇다면 나는 돈으로 편안함과 안전함을 사련다. 우버 택시를 호출한다.
런던 히드로 공항 터미널 2.
나를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데려다줄 비행기 TAP Air Portugal 항공은 C 카운트.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산해서 빠르게 수화물을 보내고 항공권을 발권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어려울 것이 없어서 힘들 것도 없는 절차였다. 출국장 게이트는 아직 오픈되지 않았지만 그건 기다리면 알게 될 일.
남아있는 파운드 현금을 쓰기 위해 기념품 숍을 기웃거리다가 대략 12파운드에 가까운 현금을 지출하는데 문제는 불필요한 동전을 또 만들어버렸다는 거다.
리스본행 비행기는 마치 제주도행 비행기를 닮았다. 단지 다른 건 승객이 거의가 그저 백인들이라는 거. 어디서도 흔하던 아시안들도 없다. 이러면 또 소외감이 드는데. 대략 3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이지만 런던과 리스본은 시차가 없다. 런던을 떠나는 날, 런던의 날씨가 이렇게나 좋으면 이건 또 뭔가 불공평한 기분이다.
이제 곧 비행기는 뜨고 나는 포르투갈에서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으리라. 본격적인 나의 여행이 이제부터 시작되는 느낌이다.
정시에 포르투갈 리스본 움베르토 델가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공항 뭔가 불친절함이 느껴진다.
공항 내 언어가 포르투갈어와 영어가 함께 기록이 되어 있는 듯 하지만, 여타의 다른 공항에는 있는 Arrival 혹은 입국수속 관련 방향 지시가 명확하지 않다. 이럴 때는 비행기에서 함께 내린 사람들을 따라서 가는 수밖에. 그런데 어느 지점에서 또 사람들이 갈라진다. 입국수속 방향 지시가 명확하지 않아서 당황하다가 일단은 나의 감을 믿어 본다. 입국수속장까지 잘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그 어떤 질문도 없이 무사히 마치고 수화물을 찾아 나왔다.
리스보아 카드를 구입하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 Metro역에서 나와 숙소를 찾는다. 10년 전과 현재의 확실한 차이점은 체력이 말이 아니라는 거다. 나는 나의 무거운 짐가방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오래전 예능 '꽃보다 할배' 프랑스 편이었던가? 백일섭 배우가 아내가 챙겨준 반찬 가방이 무겁다며 내팽개치던 모습이 나에게서 상기되고 있었다. 그 순간은 정말 짐가방을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에스컬레이터도 없어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끙끙거렸더니 온몸이 다 쑤신다.
아무튼,
숙소 근처까지 당도했으나 숙소를 찾지 못하고 한참을 헤맸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여서 그런지 건물 간판도 존재하지 않았다. 숙소 호스트에게 물어서 겨우 찾아서 들어오긴 했지만 이후 정말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슈퍼마켓을 찾아서 리스본 시내를 걷는다. 숙소 주변을 어슬렁 거려본 결과 아시안 음식점이 상당히 많고 숙소 주변에서 슈퍼마켓 찾기가 어려웠다. 대략 적인 음식가격을 파악하고 리스본의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작은 용량의 오렌지 주스 1병에 2.2유로(한화 3,200원) 정도니까 저렴한 물가는 아닌 듯싶다.
그래도 식당 밥값은 최소 7유로부터 형성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런던과 다르게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