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 27,131보를 걸었다. 거리로 치면 총 16.8km이고 904Kcal 소모시켰으니 살은 좀 빠지겠지?
온 몸에 이렇게나 심한 근육통이 오는 걸 보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진지한 흥분감과 기대감이다.
아침 9시 리스본 시내로 나간다.
목적지는 리스본 알파마 지구. 숙소에서 걸어서 50여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싱그러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걷기로 한다. 구글 지도만 있으면 못 갈곳이 없다. 그건 확실하다.
50여분을 걷는 동안 땀이 난다. 오늘 리스본의 날씨는 따뜻했고, 햇살이 내리 쬐었으나, 간혹 잠깐씩 비가 내렸다. 그리고 시원하지만 조금은 강한 바람이 불었다.
리스본이 여행자에게 관대하지 않은 이유를 공항에 이어 또 발견했다. 아줄레주의 나라여서인지 길 바닥이 울퉁불퉁한 타일형식으로 되어있다. 걷기도 힘들뿐더러 여행자들이 짐가방을 끌기에는 정말 어려운 바닥이다.
40여분을 걸었을까? 포르투갈의 여행지가 전반적으로 언덕이라고 들었는데 걸으면서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 된다. 경사진 언덕 길을 걸어 오르는 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언덕을 오르며 걷기를 후회하는 찰나에 이런 멋진 풍경을 선사해주니 후회고 뭐고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와 산타루치아 전망대에 도착해 풍경의 황홀경에 빠졌다. 리스본의 건물, 리스본의 바다, 리스본의 하늘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어디 비할대가 없을 정도다. 갑자기 쏟아지는 짧은 비 조차도 우산없이 그대로 맞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전망대를 지나면 조금 아래 리스본 대성당이 위치하고 있다. 성인 1인 5유로지만 리스보아카드 소지자는 20% 할인을 받을 수 있어 4유로에 입장한다.
이제는 성당, 박물관. 미술관 등에 왠만하면 관심이 없다. 탁 트인 풍경에는 마음이 동하지만 건물 내부의 무언가에는 감정이 동하지 않는다.
리스본 대성당에서 코메르시우 광장까지 내려왔다.
리스본 여행의 시작을 말하자면 바로 이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부터가 아닐까 생각 될 만큼 개인, 가족, 단체 등 대부분 관광객들로 보였다. 로컬 사람들은 그저 무심하게 관광객들을 지나치는 것 같았다.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었다. 광장이 웅장하게 느껴진다. 나는 1시간을 넘게 걷고 있는 중이다.
코메르시우 광장의 아우구스타 개선문을 넘어 아우구스타 거리로 접어들었다.
아우구스타 거리와 그 주변에는 각종 브랜드 숍들과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누가봐도 쇼핑거리라고 느껴질 만큼 브랜드 샵들이 많았고 다음으로는 음식점들이 슬슬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아우구스타 개선문의 반대편 끝에는 호시우 광장이 소담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코메르시우 광장에 비하면 호시우 광장은 소담하다. 근데 뭔가 광장의 색감은 호시우 광장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아우구스타 거리에서 지하철을 탄다. 깔끔하고 크고 넓고, 마치 지하 동굴을 탐험하는 듯 했다.
그럼에도 리스본의 지하철은 적응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4개 호선뿐인 지하철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을 몰라 헤매기를 여러번이었다. 포루투갈어에 대한 낯섦에서 오는 나의 경직일지도 모르겠지만 공항의 표지판 만큼이나 지하철의 표지판도 친절한 느낌은 아니었다.
리스본이 여행자에게 관대하지 않은 이유를 또 하나 찾은 듯 싶었다.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 기차역으로 갔다.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떠날때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기차역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 바로 기차역이 연결된다. 기차역의 위치는 확인을 했으나 기차 시간은 확인을 하지 못하였다. 여행 준비에 너무 게을렀음을 후회하며 기차표는 온라인으로 예매하기로 한다.
Panda Cantina 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다시 아우구스타 거리로 돌아왔다. 가이드 북과 네이버 검색을 통해 맛있는 집이라는 정보를 확인하고 방문을 했는데 식당 오픈도 전 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맛집은 맛집인가보다.
소고기 라면(우육면/맵기 2단계)과 두부튀김, 레몬에이드를 주문한다. 내가 세번째로 입장을 했는데 식당의 테이블은 금세 만석이 되고 만다. 로컬들에게나 관광객들에게나 유명한 식당은 맞는가 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숙소로 돌아왔더니 나의 방이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아침에 숙소를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숙소 샤워실과 침대방 벽체 틈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여행지 숙소에서 이런 경험을 한 적은 없었는데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일단 사진을 몇장 찍어 남기고 욕실 발수건으로 물을 닦아낸다.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호스트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호스트는 토요일, 일요일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월요일에 수리업자와 방문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월요일이 될때까지 이 상황을 버텨야만 한다. 다행인건 오후 2시 이후부터는 물이 새지 않고 있다는 거다.
숙소에 물 새는거 걱정하다 시간이 오후 6시가 다 되었다.
리스본의 노을과 야경을 보기 좋은 상 조르조 성으로 출발한다. 긴 기다림의 줄을 버텨내고 티켓팅을 한다. 성인 1인 15유로. 리스보아카드는 이곳에서는 필요가 없었다.
리스본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보기에 너무 적당한 곳이었다. 어떤 여행지든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을 좋아하는 내가 놓칠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그런데 리스본에서 해가 지는 시간이 저녁 8시 30분이다. 미리 일몰시간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일몰을 기다리지 않고 성에서 호시우 광장까지 내려왔다. 여기 '아 진지냐'에서 진지냐 1잔을 마시기 위해 기다린다.
도수가 23도라고 했던것 같은데. 작은 유리잔 1잔에 1.55유로. 체리와 설탕을 리큐어에 담가 만든 체리주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복분자주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복분자보다 좀 더 달면서 좀 더 연한(?) 느낌.
진지냐 1잔을 받아들고 가게 밖으로 가지고 나와 주변 아무데서나 마신다. 모두 자연스럽게 그렇게 마시고 있었다.
술 한 잔에 기분이 한껏 들떴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시우 지하철역을 찾아가다 피게이라 광장에서 작은 마켓이 열린것을 발견했다. 어떤 이유에서 열린 마켓인지는 모르겠지만 크지 않은 마켓이라 잠시 둘러본다.
주말 저녁 이곳에서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관광객과 로컬 사람들이 섞여 시끌벅쩍했다. 술로 인해 한껏 좋아진 기분이 되어 그곳 분위기에 휩쓸려 샌드위치 하나를 산다.
어디를 가도 주변에서 'Obrigada/Obrigado' 라는 인사말이 들린다. 처음에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감사합니다.'라는 말이다.
까짓, 리스본 공항이, 리스본 길 바닥이, 리스본 지하철이 좀 불친절하면 뭐 어떠랴. 그곳 사람들은 매번 "오브리가다/오브리가두(Obrigada/Obrigado)'를 외치는 걸.
한국에서부터 여행준비에 게을렀다는 생각을 한다. 비행기표, 기차표, 숙소 모두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하고 여행지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떠나온 여행이 되고 보니 길을 헤매는 시간이 많아진다. 방황이고 도망이 여행이어도 상관없는데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이제 알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는 영국 런던을 벗어나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왔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