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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망 Jan 22. 2020

다시 오르기 위해서 내려갑니다

내가 오르는 산이라곤 1년에 1번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동네 뒷산을 오르는게 전부다


열심히 올라가봤자 

결국 내려와야 하는 산을 오르는게

힘만 빠지고 의미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작년 전국배낭여행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는 세번의 등산을 했다


그것도 어중간한 동네 뒷산이 아니라

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산들을


소백산 정상(비로봉) - 1439.5m

설악산 울산바위 - 873m

지리산 정상(천왕봉) - 1915m


지금 생각해도 그 때 왜 그랬을까 싶지만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순간보다도

맛있는 음식을 먹던 순간보다도


새벽산의 차가운 공기와 

반대로 뜨거워지는 내 호흡

한발 한발마다 선명히 느껴지는 고통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스스로 산을 올라본 사람은 안다

고통에 아우성치는 육체와 반대로

무서울정도로 고요한 주변의 조화를


심장은 뛰지만 머리는 차갑게 식어

복잡했던 머리속이 정리되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길만을 보고 걷게 되는 경험을


멀리서 볼 때는 그렇게 거대하고 명확하게 보이던 산은

막상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정상이 어디있는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저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다

그 길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한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명확하게 보이던 목표들이

막상 목표를 향해 걷기 시작하면

목표는 잊어버리고

그저 걷고만 있을때가 있다


그래서 산은 우리에게 다시 내려갈 수 있는 기회를 주나보다


이 길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너는 몇번이고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나는 그 자리에 언제나 그대로 있을테니

내려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지금 스스로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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