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건축책을 파는 날이 다 옵니다
단순히 성적에 맞춰서 들어갔던 전공이었지만
참 열심히도 살았습니다
그냥 그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다보니 즐거웠고
즐거우니 내 길이라 생각했고
이 길이 내 길이다보니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야한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울고 웃어가며 5년을 배웠습니다
이토록 열심히 배웠던 건축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길을 걷고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서 방을 찬찬히 둘러보니
5년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여기저기서 손닿고 눈닿는 곳마다
지나치지 못하고 데리고 왔던
건축관련 책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띕니다
건축을 평생하리라고 자신했었고
이 길이야말로 내가 걸을 길이라고 확신했었던
지난날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이렇게 책을 많이 샀구나 싶습니다
개중에는 몇번이나 읽어보면서 참고했던 책이 있는 반면
표지만 보고 샀다가 한번도 안펼쳐본 책들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다 데려가고 싶지만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
짐을 조금 줄이기로 했습니다
절대 팔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건축책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혀 할꺼라고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일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새삼 절대/전혀와 같은 미래를 단정짓는 말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잠시 전공과 멀어지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직 알 수 없는 이 길을 두렵지만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꾸준히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