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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망 Mar 13. 2020

손톱

"야 손톱 좀 깎아라" 그 말이 얼마나 듣고 싶던지 

남들은 너무 빨리 자라서 귀찮아하는 손톱을

28살, 여태까지 제대로 깎아본 적이 없습니다


머리가 큰 이후로 손톱을 깎은 기억이 없는 것은

나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었던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손을 입에 가져가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고 있는 내 모습에

스스로 실망도 하고 결국 포기한 적이 많습니다


어느 날 페이스x에서 이런 말을 보았습니다

"손톱 물어뜯는다고 다리 떤다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들이 얼마나 심적으로 불안하고 위태로운지

그만하고 싶어도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는

안 좋은 습관이 얼마나 자신에게도 스트레스 일지

그냥, 그런 사람들을 보면 쟤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생각해주세요"


그 밑으로 쭈루루룩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아, 나와 같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구나 공감이 가는 한편,

아, 이게 정말 남들에게는 불안해 보이는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노력을 했습니다

오히려 손톱을 물어뜯을 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단, 새끼손톱만 절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새끼손톱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할 때쯤

넷째 손톱도 따라서 조금씩 길기 시작하였고

그 뒤로 조금 길어진 손톱을 가지고 네일샵을 갔습니다


깔끔해진 손톱에 감동받은 것도 잠시

새로 자라는 손톱이 앞서 얼마나 고통을 받았던지

눌려서 삐뚤빼뚤하게 자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조금씩 나와주는 손톱이

귀엽고도 장해서 볼 때마다 웃음이 납디다

그렇게 꾸준히 네일샵을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에 일이 바빠서 네일샵을 못 갔더니

손톱이 정말 꽤 자라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흉해 보일 정도로요


같이 사는 친구가 그럽니다

"야 너 손톱 좀 깎아라"

생전 들어본 적 없는 그 문장이

왜 이렇게 반갑게 들리는지


그렇게 제 기억 속 처음으로

스스로 손톱을 잘라보았습니다


또각, 

길어진 손톱이 잘립니다

또각, 

이렇게 또 한걸음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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