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아빠라니
2012년 20살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던
우리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매일 보는 사이도 아니었고
취향이 비슷한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활 동안
참 많이 붙어 다녔다
남들은 4년 안에 끝내는 대학생활을
5년의 학교 생활과 2년의 군생활
각자 다른 년도에 뜬금없이 한 1년의 휴학까지
도합 8년이라는 시간을
끊어질 듯 안 끊어지며 그렇게 보냈다
2014년 22살
나는 복무 중, 너는 전역을 했고
여행을 다녀올 거라던
그 전화를 나는 기억한다
그로부터 2주 후 그 여행에서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던 너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너의 첫 여자 친구였던 그분을
진심으로 위로하면서(?)
너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2016년 24살
맨날천날 여자 친구랑 전화로 싸우고
속상해하던 너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연애는
하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가도 다시 여자친구 얘기하면서
웃는 너를 보고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2018년 26살
갑작스럽게 결정된 내 휴학에
모든 걸 털어버리고 떠났지만
생각해보면 남겨둔 작업실 문제,
회장 자리를 맡아준 것도
당시 막 복학한 너였다
너무 지친 나는 도망치듯 떠났지만
사실 네가 돌아왔기에 믿고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
2020년 28살 5월 12일
너무나 행복해 보였던 작년
너의 결혼식을 지나
오늘 네가 아빠가 됐단다
퇴근을 하고 여느 때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온 너의 전화 첫마디
나 참, 지는 아빠 됐으면서
기쁘기는 지가 훨씬 기쁠거면서
이 늦은 시간에 굳이 또 전화해서
알려주는 친구 얼굴이 상상돼서
같이 어깨동무하고 걷고 있던 친구가
먼저 쑥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평생 부러워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너에게 지금 내가 조금 배가 아픈 것 같아서
질투를 담아 서운함을 담아
기쁨을 담아 경애를 담아
이 순간을 제가 가진 조그마한 능력으로 기록합니다
언젠가 조카님이 이 글을 읽고 삼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