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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망 May 12. 2020

친구에게

내 친구가 아빠라니

2012년 20살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던

우리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매일 보는 사이도 아니었고

취향이 비슷한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활 동안

참 많이 붙어 다녔다


남들은 4년 안에 끝내는 대학생활을

5년의 학교 생활과 2년의 군생활

각자 다른 년도에 뜬금없이 한 1년의 휴학까지

도합 8년이라는 시간을

끊어질 듯 안 끊어지며 그렇게 보냈다


2014년 22살 

나는 복무 중, 너는 전역을 했고

여행을 다녀올 거라던

그 전화를 나는 기억한다


그로부터 2주 후 그 여행에서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던 너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너의 첫 여자 친구였던 그분을

진심으로 위로하면서(?)

너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2016년 24살 

맨날천날 여자 친구랑 전화로 싸우고

속상해하던 너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연애는

하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가도 다시 여자친구 얘기하면서

웃는 너를 보고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2018년 26살

갑작스럽게 결정된 내 휴학에

모든 걸 털어버리고 떠났지만


생각해보면 남겨둔 작업실 문제,

회장 자리를 맡아준 것도

당시 막 복학한 너였다


너무 지친 나는 도망치듯 떠났지만

사실 네가 돌아왔기에 믿고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


2020년 28살 5월 12일

너무나 행복해 보였던 작년

너의 결혼식을 지나

오늘 네가 아빠가 됐단다


퇴근을 하고 여느 때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온 너의 전화 첫마디


“축하한다. 니 삼촌 됐다.”


나 참, 지는 아빠 됐으면서

기쁘기는 지가 훨씬 기쁠거면서

이 늦은 시간에 굳이 또 전화해서

알려주는 친구 얼굴이 상상돼서


같이 어깨동무하고 걷고 있던 친구가

먼저 쑥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평생 부러워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너에게 지금 내가 조금 배가 아픈 것 같아서


질투를 담아 서운함을 담아

기쁨을 담아 경애를 담아


“로한아. 삼촌이 너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


이 순간을 제가 가진 조그마한 능력으로 기록합니다

언젠가 조카님이 이 글을 읽고 삼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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