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아기
우리 아기는 머리숱이 적다.
애비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유인즉슨 할아버지는 탈모 단계의 가장 끝에 서 계신다.
안타깝게도 외할아버지 역시 탈모 단계의 가장 끝을 보신 분이다.
덤보아빠는 머리를 한 번 심은데다 탈모약을 10년 넘게 복용중이다.
희망이 별로 없는 것이다.
앞으로 큰 의학의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
나를 위해서도 아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아내는 아들이 백일 잔치가 끝나자 아들 머리를 밀어야겠다고 밝혔다.
한 번 밀어야 숱이 많아진다며 하루 빨리 밀어야 돌사진을 수북한 모습으로 찍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압도적인 악조건 아래 태어난 아이에게 저런 유사과학이 통하겠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삭발식에 동참하였다.
부모님 댁에서 바리깡을 빌렸다.
중간에 크게 한 번 울며 저항했지만 결국 우리 아들은 대머리가 되었다.
우리 엄마 아기섀는 아기 대머리 독수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랑스러운 대머리에 코를 대면 귀여운 냄시가 솔솔 올라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우리 아기는 풍성하지 못한채로 돌사진을 찍었다.
26개월이 된 지금도 풍성하지 못하다.
미안하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