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잠 잘자기 프로젝트

4개월 아기

by 덤보아빠

아기를 가지기 전 나는 아기들은 모두 같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신생아는 엎드리기 조차 혼자 하지 못하는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심하게도 육아책에서 알려주는 엄격한 육아방식을 따르면 별 어려움 없이 한 아이를 훌륭한 성인으로 키워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기를 키워본 지금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아기는 서로 다르다. 각 아기는 각자의 방식으로 부모를 괴롭게 한다. 다만 아주 괴롭냐, 비교적 편하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행히 아이의 건강과 성장 측면에서 우리는 축복받은 부모다. 덤보는 잘 먹는 아기이며 매우 건강하다. 2년 반을 키운 지금까지 크게 아픈 적이 없다. 얼마나 건강하냐면, 29개월차에 덤보는 나한테 옮은 감기 바이러스를 아침에 콧물을 조금 흘리는 것만으로도 체내로 배출해버렸다. 그날 컨디션이 안좋은지 조금 짜증이 많았지만 오후에는 미열조차 내렸고 다음날에는 다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이 주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독한 감기였는데 말이다. 또, 머리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성장도 평균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덤보는 크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성질을 돋구었지만, 움직임이 거의 없던 영아기에는 딱 하나, 잠으로 우릴 힘들게 했다. 덤보는 잠이 적은 아기다. 총 수면 시간이 아기 적정 수면 시간 범위의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낮잠의 횟수도 평균보다 1회 적었다. 낮잠을 끊기도 무지 빨리 끊었는데 두 돌이 지나면서는 더 이상 낮잠을 자려하지 않았다. (세 돌까지는 재우는게 좋다 하여 재우려 했지만 눕혀둬도 잠들지 않는 아기를 재울 방법은 없었다. 최면술을 배워볼까, 우유에 와인이라도 살짝 타볼까, 요새 유명한 주사이모라도 불러볼까 고민을 하다가 낮잠을 포기했다. 오후에 피로가 쌓이면 재울 수는 있지만 오후 낮잠은 재앙이다. 밤잠 재우는 시간이 몇 시간은 늦어져 버린다. 얼마전에는 오후 낮잠 30분을 자고선 완전히 체력을 회복해버렸다. 때문에 그날 밤잠 시간이 3시간이나 늦춰졌다.)


전체 수면 시간이 권장범위에 들어가 있고 성장에도 문제가 없어 덤보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걱정되었다. 너무너무 피곤했다. 통잠을 자기 시작하고도 10시간을 채 안자서 5시 전에 깨는 일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난지 한달 정도가 되었을 때부터 시작한 수면의식을 3년째 반복중이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수정이 되고는 있지만 골자는 같다.


우리의 수면의식은 다음과 같다. 6시 반이 되면 우리는 덤보 목욕을 시킨다. 목욕 자체는 즐기는 편이라 여기까지는 쉽다. 하지만 물에서 나오면서부터 짜증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싫어한다.) 이때가 딱 졸리고 배고픈 타이밍이라 때로는 울기도 한다. 짜증 내는 아기에게 크림을 바르고 옷까지 입히면 수면 의식의 피날레 우유를 먹인다. 우유를 다 먹고 찡찡대는 덤보에게 쪽쪽이를 물려 눕히고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주면 잔다. 운이 좋으면 말이다.


가끔 한 시간이나 엉덩이를 두들겨도 자지 않을 때가 있는데 우유가 부족한 경우이다. 한두번 겪은 일이 아니다보니 우리는 항상 씻긴 직후 최대한 많은 양의 우유를 먹이려 노력한다. 우리의 노력이 무색하게 젖병에서 입을 뗀 덤보에게 우유를 더 먹이려 들면 혓바닥에 힘을주며 짜증을 낸다. 포기하고 한참 엉덩이를 두들기다보면 우유를 더 내놓으라고 찡찡대는데 그 때 더 먹이고 다시 토닥인다. 안자고 엄마의 토닥이는 손길을 오랫동안 즐기려는 녀석의 계책이 아닌가 싶다.


변수는 조금 있지만 어째도 8시 전에는 무조건 잔다.




새벽 수유 시간은 굉장히 불규칙한데 평균적으로 새벽 1, 2시에 한다.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토하면 닦고, 턱받이를 갈아주고, 우리의 젖은 옷을 갈아입고 겨우 잠에 들면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3~4시경이 되면 덤보는 깊이 못자고 계속 꼼지락거린다. 이때 우리는 항상 덤보를 안아들고 우리 침대로 데려온다. 밤잠의 마지막은 항상 함께 자는 것으로 마무리라는 것이다. 덤보가 우리 사에서 눞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선잠모드로 전환된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애를 데려와 엉덩이를 두들기는데 한 시간을 두들겨도 자지를 않는 것이다. 너무나도 지친 우리는 덤보를 그냥 내버려뒀다. 첨에는 찡찡대기만 하다가 어느순간부터는 울기 시작했다. 덤보는 악을 바락바락 쓰면서 울었지만 그래도 채 10분을 안울고 혼자 잠들었다. 마지막에 잠들기 전 엄마가 있는 방향을 힐끗 쳐다봤는데 이녀석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덤보는 보통 아침 6시가 넘으면 깨어나는데 이날은 8시까지 잤다. 우리는 아기가 얼마 안울은 것에 감탄했고 또 우리의 루틴에 자신도 생겼다.




모든 준비는 되었다. 이제 우리는 'CIO(Cry it out)' 방식을 써보기로 했다. 직역하자면 울음 뽑아내기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아기가 울든말든 모른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아기는 울어봐야 소용이 없구나를 알게 되고 오히려 잘 자게 된다는 것이다. 하정훈 선생님도 부모가 잘 자는 집의 아기가 잘잔다고 하셨다. 더불어 아기가 우는 것을 두려워 하지말라고 하셨다. 남은 것은 우리의 의지력 뿐이었다.


우리의 나약한 정신력에 기댄 결과는 참패였다. 우는 아기를 내버려두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았다. 심지어 끊으려던 밤수도 못끊었다.


뭐 안기려 드는 것이 아기의 본능 아니겠는가. 또 좀 크면 안안기려 들텐데 안아달라고 할 때 많이 안아주자. 밤수도 몇 년동안 하는것도 아닌데 걍 주자. 뭐 이런 논리로 우리의 패배를 감추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덤보는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밤중 수유도 끊었다.





수유시간표1.jpg
수유시간표2.jpg
3주차와 20주차 수유시간표 차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삭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