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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Apr 08. 2021

사랑한다면 표현해야 해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옛사랑이 떠나고 새로운 사랑을 찾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오랜 친구이자 옛 연인 ‘마이클’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줄리안’이

마이클과 그의 약혼녀 ‘킴’의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그들의 결혼식을 망치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랑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이 사람이 진정한 사랑인지 헷갈릴 때, 옛사랑이 그리울 때 보면 깨달음이 남는 영화이다. 또한 사랑에 있어 표현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스토리 초반부에서 킴이 줄리안에게 마이클에 대해 하는 말이 있다.


마이클은 줄스를 숭배하고, 킴은 그의 팔 안에 안겨 있다.

줄스는 신부가 늘 질투할 사람이지만, 어쨌든 현재 마이클이 사랑하는 사람은 ‘킴’이라는 말이다.



줄스는 완벽한 사람으로 요리 평론 및 작가로서도 명성이 자자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나며, 처음 겪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를 잘 한다. 이러한 줄스와 달리 킴은 엉뚱하고 때론 빈 구석도 있으며 밝고 유쾌하다.

언뜻 보면 겉보기에 줄스의 ‘완벽함’이 킴의 명랑함보다 나아 보일 때가 있지만, 사실 킴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스러움’이다.


키미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포옹하려 해도 빠져나가지 않아.


이렇게 마이클이 말하듯이 킴은 마이클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품을 내어준다.



대표적으로 노래방 장면이 명장면인데, 줄스는 킴과 마이클의 결혼을 망치기 위해 음치인 킴에게 일부러 노래를 시킨다. 예상대로 킴은 음치라서 노래를 잘 못 부르지만 마이클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끝까지 꿋꿋하게 노래를 부른다. 가장 부끄러운 일도 사랑하는 마이클을 위해 잘 못 해도 해내려는 그녀의 배려심이 드러난다. 중간에 율동은 덤이다. 여기서 줄스의 사랑관이 깨지는 것이다.


줄스는 완벽한 사람이 연인의 마음을 얻는다 생각한다. 가령 신랑 식구들이 좋아하는 야구장에서 신랑인 마이클의 가족들과 친해지는 것, 또는 노래방에서 훌륭한 실력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것 등이다. 물론 마이클은 줄스를 좋은 동료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이클에게는 때로 노래도 못 부르고 허당 같은 모습을 보이는 킴이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이클은 킴에게 사랑에 빠진다.


더군다나 킴은 신혼여행지가 어디든 신경 쓰지 않고 마이클과 함께 최대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킴은 학업도 그만두고 마이클의 직업을 내조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이클이 적은 연봉을 받는 일을 하더라도 킴은 그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존중해 마이클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물론 킴이 사랑을 위해 그녀의 커리어를 그만두는 설정은 현대 사회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서 핵심은 킴이 마이클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면모일 것이다.


마이클


재미있는 것은 줄스가 킴과 마이클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놓는 모든 방해 장치들이 역설적으로 키미와 마이클의 사랑을 더 돈독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노래방 장면이 그랬다. 또 줄스는 킴의 아버지가 억만장자 기업 소유주임을 이용해 키미에게 제안을 한다. 바로 킴이 마이클에게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하도록 시키는 것이다. 처음에 킴도 줄스의 말에 따라 마이클의 성공을 위해 아버지 회사에서의 잡 오퍼를 마이클에게 전하지만, 마이클이 이에 격노하고 킴과 마이클은 크게 싸우게 된다.


여기서 줄스는 속마음으로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킴과 마이클은 또다시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데,

바로 킴이 빠르게 사과를 하는 진심 어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이클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그에게 빠르게 사과한다. 이 때문에 갈등이 번져도 킴과 마이클의 사이가 갈라지지 않는 것이다. 키미 아버지의 잡 오퍼를 두고 마이클은 자격지심에 킴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하는데, 그럼에도 키미는 마이클에게 사과를 한다. 마이클에게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 말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마이클과의 갈등관계를 원만히 해결하는 모습이 키미의 장점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킴과  마이클의 관계는 잘 이루어지는데, 줄스는 계속 방해를 한다. 영화에서 줄스의 모습은 거의 계략(?)에 가깝다. 그녀는 킴의 아버지 이메일 주소를 빌려 마이클이 킴의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도록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이 때문에 킴과 마이클의 관계는 있는 대로 틀어진다. 얼핏 보면 줄스의 계략이 성공한 듯 하지만, 마이클과 킴이 이어질 사이임을 보여주는 상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마이클은 이메일 때문에 킴과 싸우는데, 이때 그는 ‘혼자’ 있길 원한다는 것은 하나의 상징이다. 줄스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혼자 있길 바라는 마이클은 더이상 줄스가 위로해줄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또한 결혼식 당일 마이클과 킴은 파혼할 위기에 처하는데 이때 그들은 ‘서로가 괜찮은지’ 물어본다.

‘결혼을 그만두기 전에 킴이 괜찮은지 봐줘,’ ‘마이클은 괜찮나요?’

마이클과 킴은 줄리안을 매개로 하여 계속 그녀에게 상대방의 마음이 괜찮은지 물어본다.


그리고 영화의 상징적인 ‘달리기 장면’이 있다.

줄스가 마이클에게 고백할 때 하필 킴이 그 장면을 보는데, 상처받은 킴이 멀리 뛰어가고 그 뒤를 쫓는 마이클,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줄리안.

이는 세 사람의 관계성을 상징한다. 사랑의 화살표라 봐도 무방하다. 킴을 좋아하는 마이클, 그리고 마이클을 짝사랑하게 된 줄스 말이다.


이 세 사람이 결국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는 관객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려 한다. 관객 분들의 예상을 빗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마무리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전까지 놓치지 않고 봐야 한다. 봐야 할 장면들이 더 남아 있으니 말이다.


마이클과 키미의 결혼식에서 들러리가 된 줄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대판 싸우는 킴과 줄리안의 모습. 사람들이 모두 줄스를 비판하는데 다행히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이제 키미에게 진실만을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줄리안은 키미와 마이클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상징적인 장면이 바로 들러리로서 피로연에서 연설하는 줄스가 예전 마이클과 자신의 노래 ‘The way you look tonight’을 키미와 마이클의 커플송으로 물려주는 장면이다. 줄스가 마이클 절친이 키미와 행복하게 살도록 빌어준다는 상징이다.


또한 마이클이 줄스에게 ‘안녕’이라 남기며 허니문을 떠나는 장면에서 줄스와 마이클의 관계가 안타까우면서 잔잔함을 남긴다.



그런데 영화엔 반전 아닌 반전이 있다. 줄리안의 곁에 항상 남아 있던 사람이 누구였을까? 그것을 생각해본다면 엔딩 크레딧 직전 장면에서 어떤 반전(?)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때 나오는 노래는 ‘I say a little prayer’이다.


주제

사랑에도 타이밍이 있다. 이것은 운명적 만남이나, 딱 맞는 순간에 상대를 우연히 만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랑에 타이밍이 있다는 말은, 정말 아끼는 누군가가 있다면 상황 탓하지 않고 ‘사랑한다!’라고 꼭 표현하라는 뜻이다.


영화에서 줄스와 마이클은 9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하며 사랑했다. 그들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았다. 상대가 핑크색 옷을 안 입는다는 것, 야구경기를 직관하길 좋아한다는 것 등 두 사람은 서로의 취향에 대해 속속들이 알았다.

무엇보다 마이클과 줄스가 함께한 시간과 추억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빈틈없이 쌓아온 기억들은 두 사람의 것이다. 마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20년간 서로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온 ‘이익준’과 ‘채송화’의 관계와 같다. 그들의 사이에도 ‘안치홍’ 선생이 들어가지 못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위 드라마와 달리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줄스와 마이클은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도 ‘널 사랑해’라는 말에 인색했다.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그 사랑은 식게 마련이다. 이는 두 사람 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사랑을 솔직히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많이 느낀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흔한 사랑 표현 없이 둘의 9년은 지나갔고, 결국 ‘솔직한 말’이 없었던 두 사람은 오랜 좋은 친구로 남았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과 줄스가 결혼식 이틀 전 둘이 함께 싱글 상태로 선상에서 보내는 오후의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춤을 추는데 이 때 마이클과 줄스가 서로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네가 내 평생의 여자였던 것 같아. 너는 내 평생의 남자였지.


또 이때 마이클이 부르는 노래 가사는 어떠한가.

코에 주름이 생기며 크게 웃을 때마다 내 바보 같은 마음은 흔들려


안타까운 관계이다. <건축학개론>이 절로 생각난다. 줄스와 마이클은 서로에게 첫사랑이자 가장 오래 함께한 사람이고 완벽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줄스가 가진 perfection이 꼭 eternal love를 의미하진 않는다. 또한 줄스가 마이클에게 주는 편안함이 꼭 사랑을 뜻하지도 않는다.


영화에는 '젤로와 크림 브륄레'라는 비유가 나온다. 줄스는 마이클에게 편안한 젤로이고, 킴은 새로 나타난 크림 브륄레인 것이다. 그래서 줄스는 '마이클이 크림 브륄레를 원한다고 착각한 것이고, 실은 젤로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킴에게 말한다. 마이클이 자신, 줄스를 원한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마이클은 젤로의 편안함을 졸업해 크림 브륄레가 주는 사랑을 되돌려주려 하고 있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마이클이 줄스에게  청혼하지 않고, 줄스가 마이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데에는 두려움 말고도 이유가 더 있을 것이다. 둘 다 그 정도의 확신이 서로에게 있진 않았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마이클이 키미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달리는 기차에서 청혼한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하는데,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청혼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클과 키미 모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줄스와 마이클, 키미와 마이클의 관계의 차이점이다.


이제 키미가 줄스의 빈자리를 채워 마이클에게 매일 사랑한다 말하고, 공공장소에서 마이클이 키미를 안아도 키미는 밀어내지 않고 그를 안아줄 것이다. 킴은 단순히 줄스의 빈자리가 아니라 줄스가 마이클에게 주지 못했던 것들을 그에게 주며 마이클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줄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줄스는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할 테니 말이다. 구체적인 결말은 남겨두겠다.


그래서 제목이 주는 아이러니가 재밌다. 남자친구의 결혼식이지만, 결국 그는 다른 사랑을 맞이하고. 어찌 보면 안타까움이 남지만 줄스와 마이클은 사랑에 있어 표현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전달한다. 그러면서 관객들 모두 공감할 옛사랑, 또는 첫사랑의 기억도 전달한다. 한번쯤은 평생의 사람이라 생각했던 옛사랑을 마음 속에 품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로맨틱 코미디지만, 사랑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 때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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