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는 제 1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다운튼 애비 또한 전쟁의 여파를 비껴 갈 수 없었기에 저택의 분위기도 크게 변화한다. 먼저 매튜는 대위로서 프랑스에서 복무하고 다운튼의 여성들도 두 발 벗고 나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다운튼에서는 각종 모금 행사가 열리며 전쟁터에 직접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복무 중인 군인들을 위해 자금을 마련한다.
<다운튼 애비>는 전쟁의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시대적 격변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먼저 매튜의 수행인 모슬리 씨는 홀아버지를 모셔야 하는 동시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크지 않은 질병을 확대해)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듯 편의를 입은 모슬리 씨에 대해 다운튼 병원의 이사장인 이소벨 부인(매튜의 어머니)은 ‘신분이나 재력에 상관없이 군인으로서 복무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랜섬 대부인과 의견 충돌을 빚는다.
모슬리 씨와 달리 그랜섬 백작과 다운튼 애비의 하인 윌리엄은 군대에 징집되기를 원한다. 그랜섬 백작은 과거 군 복무 이력이 있고 윌리엄은 다른 장정들처럼 군대에 복무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윌리엄은 자진 입대하고, 그랜섬 백작은 지위와 재력, 귀족 공동체를 통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군에서 면제된다.
한편 토마스는 기회를 엿보는 인물이다. 전쟁 소식이 들려오기 전에 그는 하인으로서의 신분을 바꿔보려 위생병으로 지원하지만, 의외로 전쟁터에 직접 배치되며 참호에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다. 그 후 그는 제대하기 위해 밤에 라이터를 든 한 손을 참호 밖으로 내밀어 스스로 총을 맞은 후 제대한다. 전쟁의 두려움은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기회주의자로 묘사되는 토마스의 면모가 돋보이는 모습이다.
징집에서 면제된 그랜섬 백작과 여성인 코라 그랜섬 부인은 자선 행사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 여기에 대해 매튜의 어머니인 이소벨 크로울리 부인이 다운튼을 요양원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에 다운튼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실제로 버크셔의 하이클레어 성에서 촬영된 다운튼 애비는 규모가 큰 성인 만큼 시즌 2에서 1층의 대강당과 홀, 시즌 내내 그랜섬 백작이 애용하던 서재 등 많은 공간이 상이군인들의 요양원으로 변모한다.
다운튼이 변화하자 사람들도 각자 제 몫을 하려고 애쓴다. 전쟁에 징집된 장정들이 많아지자 점차 다운튼 애비는 일손이 부족해지고, 집사 카슨 씨나 주방의 팻모어 부인, 하녀들의 관리인 휴즈 부인 등의 일은 점점 늘어난다. 한편 크로울리 부인(매튜의 어머니)의 집은 하인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오히려 할 일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래서 크로울리 가의 집사인 모슬리 씨는 다운튼 애비의 집사인 카슨 씨를 도우며 한 손이라도 보태려 애쓴다.
모슬리 씨뿐 아니라 크로울리 가의 요리사인 버드 부인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군인들을 돕는 일에 나선다. 어느 날 우연히 집을 찾아온 상이군인에게 음식을 제공하던 것이 확대되어 크로울리 가의 집이 마을의 상이군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가 된 것이다. 성별이나 지위에 관계 없이 하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군인들의 복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운튼 애비>는 귀족 가문의 이야기지만 하인들의 서사도 충분히 다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간 주로 가사일을 돌보던 귀족 코라 그랜섬 부인이 직접 나서 급식소 일을 돕는 것은 당대 귀족들의 입지를 고려할 때 고무적인 각색이다.
특히 다운튼 애비 시즌 2에서는 이디스와 시빌의 여성 서사가 돋보인다. 먼저 시빌은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다가 세계대전을 마주하고 두 팔 걷고 나선다. 기억에 남는 한 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그녀의 대사이다. 시빌은 잉글랜드 요크의 간호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다운튼 가문이 운영하는 병원의 간호사가 되고, 이후 요양원으로 바뀐 다운튼 애비에서도 간호사로서 크로울리 부인을 가장 가깝게 보조한다.
몰랐던 능력을 찾는 것은 시빌뿐 아니라 이디스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메리와 시빌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이 적었던 이디스는 시빌의 운전사인 브랜슨에게 운전을 배워 지역 농가의 트랙터 운전을 돕는다. 당시 귀족 여성들과는 달리 손에 흙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농사 일에 적응하는 이디스는 그녀의 능력을 비로소 찾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농가의 농장주와 이디스가 불륜을 저지를 낌새를 보이자 이디스는 해고되고, 이후 그녀는 새로운 직업 적성을 찾는다. 바로 다운튼 애비 요양시설이다. 직접 환자들응 간호하고 치료하는 시빌과 달리 이디스는 환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나 성격 등에 대해 잘 아는 이디스는 그녀만의 공감 능력을 발휘하며 병원에 새로운 도움이 된다.
특히 이디스는 아무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신뢰하는 아량을 갖고 있다. 가령 타이타닉 사고로 떠난 줄만 알았던 그랜섬 백작의 조카 패트릭이 부상을 입어 못 알아보는 형상으로 다운튼 요양원에 돌아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때 다운튼 애비의 어느 누구도 그를 과거 가문의 상속자였던 패트릭이라고 믿지 않는다. 결국 그는 자발적으로 다운튼 애비를 떠나고 다시 매튜가 예비 상속자가 된다. 이처럼 모두가 패트릭을 가짜라 생각할 때에도 그를 믿어준 것은 이디스뿐이었다.
시즌 2에서 여전히 매튜와 메리의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는 로맨스는 진행형이다. 초반부에 매튜는 라비니아 라는 새로운 숙녀와 약혼한다. 하지만 중간에 매튜가 정찰 중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메리는 매튜에게 품은 연정을 다시금 느낀다. 메리가 상이군인들을 위해 이디스와 준비한 콘서트장에 매튜가 깜짝 등장하는 장면은 극적인 동시에 메리에게 매튜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딛고 매튜와 메리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재확인한다. 1920년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전 두 사람은 길고 긴 길을 돌아 비로소 부부가 되기로 한다.
한편 메리뿐 아니라 시빌은 운전기사인 브랜슨과 진보적인 로맨스를 이어간다. 전쟁이 끝난 후 새로운 시대에 시빌은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독립을 지지하고 신분 차이가 있는 브랜슨과 시빌의 사랑은 어렵다. 이에 두 사람은 가족의 반대를 딛고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 결혼식을 올린다. 이전부터 이소벨 크로울리 부인처럼 귀족의 특권에 반대하던 시빌은 지위와 부를 내려놓은 채 브랜슨과 함께 각자 간호사와 기자로서 주체적인 삶을 꾸려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