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3의 키워드는 변화이다. 제 1차 세계대전 후 정치, 종교, 성별과 계급 등 다양한 변화가 다운튼 애비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묘사된다.
종전 후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운튼에도 새로운 분위기가 돈다. 먼저 영국과 미국의 대비가 나오는데 이것은 전통 대 변화를 상징한다. 코라 레빈슨(결혼 후 코라 그랜섬 백작 부인)은 미국인으로, 매튜와 메리의 결혼식을 맞이해 그녀의 어머니가 오랜만에 다운튼을 방문한다. 코라의 어머니 레빈슨 부인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사돈 지간인 바이올렛 그랜섬 대부인과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한다.
미국인인 레빈슨 부인은 혁명이 일어나고 군주제가 폐지되는 와중에도 유럽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다운튼도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미국인으로서 전통을 지키면서도 허례허식은 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2화에서 부엌의 화덕이 고장나 요리를 대접하지 못하자 레빈슨 부인은 창고에 있던 음식을 모두 꺼내 다운튼 애비를 찾아온 귀족들과 함께 실내 소풍을 즐긴다. 이 에피소드는 영국의 귀족 전통과 대비적이다. 영국의 전통 중 오찬과 저녁 때에 귀족들은 옷을 갖춰입고 정갈히 식사를 대접받는데, 이와 반대되는 레빈슨 부인의 에피소드는 전통도 때로는 상황에 맞게 변주해야 한다는 것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하지만 오랜 전통을 중시하고 군주제와 왕정에 충성심을 보이는 그랜섬 가문은 바이올렛 그랜섬 대부인과 그랜섬 백작, 그리고 집사 카슨을 중심으로 존속해야 할 전통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인들도 명확한 직급 체계가 있다. 집사 카슨 씨와 휴즈 부인, 메리를 모시는 시녀 안나, 그랜섬 백작의 수행인 베이츠 씨 등은 모두 본인들이 모시는 가문의 명예가 자신들의 명예와도 같다고 생각하고 가문의 평판이 실추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카슨 씨가 하는 말 중 ‘품격’은 영국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운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시빌과 브랜슨은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들로서, 당시 귀족과 평민 계층의 대비를 보여주는 커플이다. 과거 신분제가 명확히 존재했던 유럽에서 시빌과 브랜슨의 결혼은 사회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운전수 출신인 브랜슨이 귀족 집안의 영애인 시빌과 결혼함으로써 그들은 더 이상 다운튼에 속하지 않는 커플이 된다. 그들은 다운튼에 와도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이전에는 같은 지위를 가졌던 하인들이 이제 아씨의 남편이 된 브랜슨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그만큼 귀족과 평민의 신분 차이를 보여주고,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빌과 브랜슨이 많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브랜슨은 점차 가족의 일원으로 존중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슨은 계층 간 신분 상승이라는 큰 변화를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다운튼 애비가 역사에 기반한 픽션인 만큼 계급의 구별이 없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브랜슨을 통해 일부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브랜슨은 극중 영국 전통을 집약시켜 보여준 다운튼 애비에도 새로운 정치와 종교의 흐름을 가져오는 인물이다. 브랜슨은 아일랜드 독립을 지지하고, 아일랜드 공화국을 지지한다. 이것은 실제 아일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그는 왕정을 반대하고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권리가 돌아가는 국가를 원한다.
브랜슨의 이야기는 점점 격화된다.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힘쓰던 그는 급기야 귀족들의 사유재산에 반대하게 되고 한 귀족 가문을 몰락시킨 과정에 연루되면서 그와 시빌 모두 위험에 처한다. 이후 시빌이 출산 중 사망하자 브랜슨은 아내가 남긴 딸을 시빌이라 이름짓고 그녀를 가톨릭 방식으로 세례하길 원한다.
이것은 당시 영국의 종교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당시 다운튼 애비가 속한 잉글랜드는 성공회였고, 아일랜드는 가톨릭이었다. 따라서 다운튼 애비의 크로울리 가문, 특히 그랜섬 백작과 대부인은 시빌을 가톨릭으로 세례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브랜슨을 가족 일원으로 존중하면서 세례가 허용된다. 이처럼 <다운튼 애비>는 전통이 공고한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계층 서사뿐 아니라 첨예한 이슈인 아일랜드 독립까지 브랜슨이라는 인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열린 서사를 가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당시 다운튼 애비를 중심으로 한 마을 다운튼은 하나의 경제 공동체였다. 성을 소유한 귀족들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의 영지에서 소작농들이 경작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운튼 애비에 새로운 경제적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생기는데, 그 시작은 그랜섬 백작의 실수 때문이다. 그랜섬 백작은 캐나다 철도 회사에 잘못된 투자를 하여 부인 코라가 결혼 전 받은 재산을 모두 탕진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메리는 무슨 수를 써서든 다운튼 애비를 지키려 한다. 미국인인 레빈슨 부인은 동의하지 않지만 바이올렛 그랜섬 대부인과 메리는 다운튼 애비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이는 당대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전통적으로 귀족 가문은 많은 하인들을 고용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넓은 영지를 통해 마을의 농민들을 비롯한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졌기 때문이다. 다운튼을 재건하고 되살리는 일은 매튜와 메리 커플의 이야기, 그리고 브랜슨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매튜와 메리는 드디어 결혼하는데, 두 사람은 다운튼의 개혁을 두고 의견 차이를 겪는다. 전 약혼녀인 라비니아가 전쟁 중 사망하자 매튜가 라비니아 가문의 막대한 부를 상속받지만, 매튜는 라비니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상속을 포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매튜를 보며 메리는 남편이 다운튼 애비를 구원할 방법이 있음에도 그러한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원망한다.
그러다 매튜는 브랜슨과 함께 변화를 꾀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브랜슨은 다운튼의 새로운 대리인으로 인정받는다. 중산층 변호사 출신의 매튜가 잘 아는 법과 사업적 지식, 브랜슨이 농민이었던 조부의 영향을 받아 터득한 농업에 대한 지식, 그리고 오랫동안 다운튼을 경작해온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그랜섬 백작은 결국 의견 차이를 딛고 함께 다운튼 애비의 새로운 경제 발전의 문을 연다.
전통적인 귀족 가문인 다운튼 애비가 경제적 변화를 꾀하는 것 자체가 귀족 가문의 서사를 넘어서는 스토리이다. 더불어 변화의 주체가 중산층과 평민 출신인 매튜와 브랜슨이라는 것도 신분제가 없는 오늘날의 감각을 더한 <다운튼 애비>만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간 결혼할 상대를 찾지 못했던 둘째 이디스는 앤서니 스트랄란 경과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앤서니는 결혼식 당일날 식장에서 뛰쳐나가 이디스에게 바람을 맞힌다. 한동안 상심하던 이디스는 그녀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발견한다. 미국의 참정권 통과에 영향을 받아 이디스는 귀족 영애 신분임에도 여성의 참정권 허용을 주장하는 글을 스케치라는 신문사에 기고하며 그녀의 정체성을 찾는다.
더불어 그녀는 한동안 요양원이었던 다운튼의 간호사 시절 동안 느낀 퇴역 군인의 고충에 대한 글도 기고하며, 그간 남성들 위주의 영역이었던 사회적 저널리즘에서 여성의 시각을 더하며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러면서 이디스는 작가로서 활약하는 동시에 스케치 잡지사의 편집장인 마이클과 사랑에 빠지지만 마이클은 사연 있는 유부남으로서, 이 둘의 관계가 어디로 흐를지 궁금하다. 특히 기존 시즌에서 메리와 시빌의 로맨스가 주를 이뤘다면, 시즌 3부터는 이디스의 이야기가 전면에 나타나는 것도 서사적 변화이다.